‘달리기’에 대해 할 말 많은 여섯 사람이 모였다. 달리기가 좋아서 매일 달리는 사람, 좋아서는 아니지만 직업상 매일 달리고 있는 사람, 취미로 시작했다가 해외 마라톤 대회까지 나가게 된 사람, 인생에 달리기가 없는 사람 등 입장도 사연도 다양하다.
아침 달리기의 효과로 음주 기량 변화를 말하는가 하면, 운동의 시작은 뭐니 뭐니 해도 쇼핑이라느니, “마라톤 대회 참가를 위해 결혼식 날짜를 앞당겼다”, “달리기를 싫어한다” 등의 고백까지…. 그렇다. 이 책은 달리기에 대해 말하나 ‘달리기 예찬서’는 아니다. 부제가 알려 주는 대로 ‘달리기가 좋고, 절실하고, 괴로운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놀이에서 경쟁으로 또 생활의 현장으로 이어진 달리기와 함께한 희로애락의 기록이다.
지난겨울, 학창 시절 체육복 이후 처음으로 상하의 세트로 운동복을 구입했다. 붙박이 가구처럼 살아가는 내 인생에 기념할 만한 일이었다. 물론 새 운동복이 당장에 나를 ‘러너’로 만들어 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마음의 자리만큼은 바꾸어 주었다. 운동복을 보며 생각하는 거다. ‘나가서 좀 걸어야겠어!’ 덕분에 몸을 움직이는 것의 기쁨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달리지 않는 사람으로서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늘 신기했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떻게 매일 달릴 수 있는지,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언지, 많고 많은 운동 중에 왜 달리기인지, ‘러닝크루’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달리는 건 어떤 의미인지 등. 그 대부분의 질문에 <달리다 보면>은 답을 주었다. 달리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계기와 이유가 있다는 것, 따라서 나의 달리기와 너의 달리기는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저자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달리기를 접하게 되었고, 좋은 게 늘 좋기만 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취미로서의 달리기가 있다면 먹고살기 위한 달리기가 있고, 웃음 아닌 울음을 품은 달리기가 있으며, 매일 달리는 이들도 나가지 않을 이유를 찾을 때가 있다는 것. 영화 속 달리기로 대리만족 중인 나 같은 방구석 러너의 등장엔 박수를 쳤다. _프롤로그에서
그리고 길 위가 아닌 삶 속에서 성실히 달리고 있는 이들을 떠올리게 했다. 길 위의 달리기는 시작과 끝이 명확하기라도 하지, 삶에서 만나는 ‘달리기’는 어디 그런가. 세상의 요구에 따라 때마다 자세를 달리하며 최선을 다해도 칭찬 한마디 받기 어렵다. 우리는 이 달리기를 무려 평생에 걸쳐 해 왔고 앞으로도 하게 될 것이다. 김승 작가의 ‘영화 속 달리기’는 그런 또 다른 측면의 달리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달리기 예찬서’가 아니다. 부제가 말하듯이 ‘달리기가 좋고, 절실하고, 괴로운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놀이에서 경쟁으로, 또 생활의 현장으로 이어진 달리기와 함께한 희로애락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니 현재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책을 멀리할 필요는 없다. 전혀 생각지 못한 지점에서 허를 찔리거나 웃음/눈물 버튼이 눌릴지 모른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러닝화를 살펴볼 수도 있고, 지역 러닝크루를 찾기에 이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환영할 일 아닌가.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