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배터리에 투자하는 것은 미래(내일)가 아닌 현재(오늘)에 투자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덕분에 미 정부는 전동화 전환이라는 자동차 부문의 중요한 변화에 힘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바라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생각은 이랬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내 전동화 투자는 미국을 위해서도 현대차그룹을 위해서도 매우 절실한 결정이라는 의미를 던졌다.
지난 21일, 현대차그룹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맞춰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체계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 거점을 신설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총 6조 3,000억 원 규모를 투자하겠다는 발표였다.
이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그룹은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하게 된다. 공장 설비 공사는 2023년 착공 해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은 각국 정부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내세운 탄소 중립 플랜에서 볼 때 전기차 우위의 전환점이 되는 시기다.
이번 투자 계획에서 배터리 공장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배터리 공장을 직접 운용하기로 했다. 다만 배터리 제조 기술은 기존 제조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충족한다는 플랜이다. 배터리 공장 설립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여러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후 확정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으로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323만 대의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에 이 중 미국 시장에서만 84만 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번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투자 계획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적인 발판이 된다.
현대차그룹의 투자 협약식은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건설 예정 부지에서 이뤄졌다. 현대차 장재훈 사장, 호세 무뇨스(Jose Munoz) 사장과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Brian Kemp) 주지사 등 관계자들은 ‘현대차그룹-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 협약식’을 갖고,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 자리에 정의선 회장은 없었다. 정 회장은 한국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의선 회장은 영상으로 투자 결정 관련 연설을 했다. 정 회장은 “미국에 전기차 전용 생산 거점을 조지아에 마련하고 미국 고객을 위한 혁신적인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며 “제조 혁신기술 도입, 신재생 에너지 활용 등 미국에서의 첫 스마트 공장으로써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 달성을 위한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장이 들어설 지역은 브라이언 카운티(Bryan County)에 있다. 1,183만 제곱미터(㎡) 부지 위에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출 계획이다. 신설 전기차 공장은 기아 미국생산법인(Kia Georgia)과 약 400km 거리에 있어, 앨라배마주에 있는 현대차 미국생산법인(HMMA)과 더불어 효율적 공급망을 형성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가 실증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이번 전기차 신공장에 도입한다. HMGICS의 혁신 플랫폼은 수요 중심의 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 탄소중립 RE100 달성을 위한 친환경 저탄소 공법, 안전하고 효율적 작업이 가능한 인간 친화적 설비 등 다양한 제조 신기술을 적용해 기존의 생산 공장과 차별화된 스마트 제조 플랫폼이다.
미국에서 이뤄진 투자 협약식과는 별도로 정의선 회장은 한국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미래 신사업 구상까지 거론했다. 정의선 회장은 22일 오전,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나란히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발표된 투자 계획 외에 또 다른 미래 신사업이 이 금액 안에 포함 돼 있다.
정의선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의 미팅은 당초 10여분 정도로 예정됐으나 환담과 언론 브리핑 등이 이어지면서 50분가량 진행됐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야외에 마련된 별도 장소에서 한·미 기자단을 대상으로 언론 브리핑을 했다.
브리핑에서 밝혀진 추가 투자금은 50억 달러 규모다.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건설에 투입하기로 한 55억 달러 외에 2025년까지 미래 신사업 분야에 50억 달러를 더 투자하기로 밝혔다. 미래 신사업은 로보틱스, 도심항공,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스피치에서 “미국에 진출한 지 40년이 된 현대차그룹이 단기간에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제 또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서두를 연 뒤 “조지아주에 들어설 새로운 전기차 전용 공장은 미국 고객들을 위한 높은 품질의 전기차를 생산해 현대차그룹이 미국 자동차산업의 리더로 도약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의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투자를 통해 8000명 이상 고용이 창출될 것이며, 이런 투자를 통해 미국 국민과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정부의 제조업 부흥 정책과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에서 전동화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고, 충전설비 50만기 설치 및 보조금 증대 등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며, 여기에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까지 더해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유리한 조치를 이어 가고 있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는 국내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18일 국내 전기차 분야에 2030년까지 21조원을 투자하고 2030년 한국에서 전기차 144만대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시장의 급속한 전동화 전환 추세에 발맞춰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약 12%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까지 현대차는 제네시스 포함 18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춰 2030년 연간 18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기아는 2030년까지 전기차 13종을 출시해 2030년에 14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시설을 전동화에 최적화된 생산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한편, 향후 전기차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기차 생산 능력 확충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의 경우, 기아가 오토랜드(AutoLand) 화성에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수 천억원을 투입해 연간 최대 15만대 규모의 신개념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차량) 전기차 전용공장을 새로 짓는 등 현대차·기아는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총 21조원을 투자한다. 아울러 기존 공장에 전기차 전용 라인 구축,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국내 전기차 생산량을 올해 35만대(예상)에서 2030년 144만대까지 대폭 확대해 나간다.
미국 시장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고 전기차 수요가 많은 대표적인 곳으로, 현대차그룹은 2030년 총 84만대의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EV)의 연내 미국 생산(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을 발표한데 이어 이번에는 전기차 전용 공장 및 배터리셀 공장 설립을 확정했다. 2025년 신공장이 가동되면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현지 생산의 첫 발을 내딛은 2005년 앨라배마 공장 가동 이후 20년만에 내연기관차가 아닌 순수 전기차만을 생산하는 완성차 공장을 역내 확충하게 된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