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세론에 ‘하이브리드 현실론’ 맞선 혼다코리아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2.03.31 10: 36

 자동차 시장의 대변혁기를 맞고 있는 요즘, ‘전기차 대세론’에 반기를 들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현실에선 여전히 내연기관 판매 비중이 절대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등록된 전기차는 10만 338대로 전체 신차등록의 6% 선이다. 전기차 비중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지만 확정적 대세는 아직 아니다. 
대변혁기의 구매패턴은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한시라도 빨리 대세에 올라타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전반적인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구매를 미루겠다는 신중론도 강하게 일어난다.
신중론자들의 심경은 혼란스럽다. 대세론을 인정하면서도 새 트렌드에 완전한 신뢰를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이들에게 현실적인 선택지가 자동차 업계에는 이미 존재한다. 강퍅하게 순수 내연기관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타협안이 있다. 바로 하이브리드다.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도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2021년 국내에 판매된 친환경차(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는 모두 36만 2,400대였는데, 이 중 하이브리드는 22만 2,869대로 61.5%의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은 이러한 경향이 더 뚜렷하다. 작년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 중 하이브리드 비중은 26.6%에 달했다. 2017년 2만 2,847대(수입차 점유율 9.8%)이던 하이브리드가 2021년 7만 3,380(26.6%)대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디젤차는 2017년 47.2%에서 2021년 14.1%로 크게 줄었다.
일본계 수입자동차의 양대 산맥인 혼다코리아도 이 같은 현실론에 기초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전기차 대세론을 인정하면서도 현실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혼다의 ‘파워풀 하이브리드’ 개념 자체가 그렇다. 하이브리드에 ‘파워풀’이라는 수식어를 넣었다는 건 전기차의 특성(출발과 동시에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을 더 강조했다는 의미다. 엔진과 모터의 출력을 번갈아 가며 또는 동시에 사용한다는 개념은 마찬가지이지만 ‘모터’의 활용성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게 ‘혼다 하이브리드’의 특징이다.
혼다는 이 개념을 i-MMD(intelligent Multi-Mode Drive) 기술이라고 이름 붙였다. 엔진이 모터를 보조해 고효율을 실현한다는 게 혼다만의 ‘독창적인 고효율 하이브리드 시스템(i-MMD 3세대)’이다.
이 개념에 따라 혼다의 하이브리드는 기본적으로 2-모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전기 생산을 담당하는 발전용 모터와 가속을 담당하는 주행용 모터, ‘2 모터 시스템’이 하나의 파워풀 하이브리드를 형성한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혼다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뉴 CR-V’와 ‘뉴 어코드’다. 모두 혼다의 i-MMD 3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혼다 뉴 CR-V 하이브리드.
2모터 시스템은 모터 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2.1kg∙m을 발휘한다. 모터로 낼 수 있는 출력이 내연기관 보다 더 강력하다. 
내연기관인 2.0 앳킨슨 싸이클 DOHC i-VTEC 엔진은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17.8kg∙m을 낸다. 높은 효율을 가진 이 엔진은 2모터 시스템을 보조하면서 고속 크루즈 시 직결 클러치를 통해 바퀴에 구동력을 직접 전달한다. 운전자는 고속 주행에서 출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지만 효율 측면에선 최상의 결과를 도출한다. 모터는 처음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하지만 최고점 유지 시간이 내연기관에 비해 짧기 때문에 고속주행에선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원리가 적용됐다. 
결과적으로 혼다의 i-MMD 3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낼 수 있는 시스템 최고출력은 215마력에 이른다.
혼다의 하이브리드가 처음부터 모터 중심이었던 건 아니다. 1999년 개발된 첫 양산형 하이브리드 IMA(Integrated Motor Assist)는 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엔진 중심의 병렬식 시스템이었다. 즉, 전반적으로 엔진이 주동력으로 작동하고 모터는 출발시와 가속상황에서 엔진을 보조하는 구조였다. 
반면 i-MMD 하이브리드 3세대는 전반적으로 모터로 주행하고, 엔진은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용 모터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구실을 한다. 그러다 모터의 효율이 떨어지는 고속 크루즈 주행상황이 오면 모터는 구동에서 빠지고 엔진이 바퀴에 구동력을 직접 전달한다. 1세대 하이브리드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 
혼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
‘파워풀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현실론을 선택한 혼다코리아의 전략에 국내 소비자들도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뉴 CR-V 하이브리드가 출시된 2021년, 처음으로 하이브리드가 가솔린 차량의 판매를 뛰어넘었다. 연간 판매량 4,355대 중 하이브리드 모델이 2,629대로 전체의 60.4%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가 전년대비 136%가 증가했으니 가솔린을 추월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었다.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뉴 어코드의 17.5km/ℓ에 이르는 복합연비(도심 18.0km/ℓ, 고속도로 17.0km/ℓ)는 분명 매력적이다. 내연기관차보다 뛰어난 경제성, 전기차보다 긴 주행거리는 신중한 소비자들의 의사 결정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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