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계약 2,500대.’ 볼보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S90이 또 한번 놀라운 성적표를 들이밀었다. 현대-기아차라면 이 정도 수치는 별 것 아니다. 하지만 물량 수급의 애로가 있는 수입차는 다르다.
지난해 S90의 판매고와 비교하면 답이 나온다. 2019년 볼보자동차코리아(대표 이윤모)는 처음으로 1만대 판매 클럽에 합류했다. 차종별로 보면 가장 인기가 많았던 XC60이 2,969대, 그 보다 작은 XC40이 1,638대가 팔렸다. 그리고 세단의 기함 S90이 세 번째로 많은 1,512대가 팔렸다.
이런 S90이 사전계약 2,500대를 간단히 넘었다. 1년 이상 팔 물량을 사전계약으로만 채웠다. 이번 신형 S90은 풀체인지도 아니다. 2016년 첫 출시 이후 4년만에 단행되는 상품성 개선 모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무엇에 반해 사전계약에 저토록 한꺼번에 몰렸을까? 답은 ‘플래그십 다움’에 있었다. 그 동안 S90이 채워주지 못했던 ‘기함’의 위용이 이번 신형 모델에서 충족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신형 모델의 가장 큰 외형적 변화는 전장이다. 종전 S90의 전장은 4,965mm였다. 그런데 이번에 출시된 신형 S90은 전장이 무려 5,090mm나 된다. 125mm나 길어졌다. 5미터가 넘은 차체는 종전 모델에서는 롱바디 트림에서나 만날 수 있었다.
길어진 차체는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3,060mm)에 사실상 전부나 다름없는 120mm가 투입됐다. 뒷좌석 레그룸은 1,026mm로 115mm가 증가했다. 뒷좌석 공간은 ‘사장님 좌석’으로 써도 충분할 만큼 광활하다. 넉넉한 실내 공간은 대형 파노라믹 선루프 장착을 가능하게 했다. 뒷좌석에 항공기 1등석 같은 럭셔리 암레스트를 놓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됐다.

미세먼지의 공포에 시달린 경험이 또렷한 지라 ‘어드벤스드 공기 청정기능’을 달아 미세먼지를 차단했다. S90의 자랑이던 사운드 바워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은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휴대전화 무선충전기와 C타입 USB 등으로 급변하는 IT 문화에도 대응했다.
사전 계약이 몰린 두 번째 이유는 친환경 지향성이다. 신형 S90은 내연기관 전용 모델은 아예 내놓지를 않았다. 우리나라에 세 가지 트림이 들어오는데, 모두 마일드 하이브리드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들이다.
48V 가솔린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B5 엔진 또는 트윈 엔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T8 엔진이 세 트림의 파워트레인이다.
B5 엔진은 첨단 운동 에너지 회수 시스템이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과 결합된 엔진 통합형 전동화 파워트레인이다. 최고 출력 250마력(5,700rpm), 최대토크 35.7kg∙m(1,800-4,800rpm)의 성능을 내는데, 전기모터가 출발 가속과 재시동 시 엔진 출력을 보조한다. 전기모터는 약 14마력의 추가 출력을 지원하고 연료 효율성을 높인다. 이 파워트레인으로 인증받은 국내 복합연비는 11.3km/ℓ다. 대형 플래그십 세단이 저 정도 연비를 낼 수 있다는 게 놀랍다.

트윈 엔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T8 엔진은 수퍼차저와 터보차저가 결합된 가솔린 엔진과 65 kW 전기모터, 11.8 kWh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성된 전동화 파워트레인이다. 가솔린 엔진의 318마력에 전기모터의 87마력을 더해 총 시스템 출력 405마력을 뿜어낸다. 최대토크는 가솔린 엔진으로 2,200-5,400rpm 구간에서 40.8kg.m, 전기 모터로는 낮은 엔진 회전 구간에서(0-3,000rpm) 24.5 kg.m를 발휘하며 출발 후 100km/h까지 가속성능은 4.9초에 불과하다.
변속기는 모두 8단 자동변속기다.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2개 트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1개 트림이다.
세 번째 이유는 역시 볼보의 안전에 대한 신뢰다. 관점에 따라 이 이유가 가장 컸을 수도 있다. 볼보차의 안전성은 여러 경로를 통해 실증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의 교통사고에서 볼보차의 안전성이 입증되기도 했다.
신형 S90에는 볼보의 온갖 안전 기술들이 집약돼 들어갔다. 모든 트림에 첨단 안전 패키지인 ‘인텔리 세이프(IntelliSafe)’가 동일하게 탑재된다. 앞 차량과 간격을 유지하며 차선 중앙에 맞춰 조향을 보조하는 ‘파일럿 어시스트 II(Pilot Assist II)’와 차량, 보행자, 자전거, 대형 동물을 감지하고 교차로 추돌 감지 기능이 추가된 긴급제동 시스템인 ‘시티세이프티(City Safety)’, ‘도로 이탈 완화(Run-off Road Mitigation)’,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Oncoming Lane Mitigation)’ 등이 꼼꼼하게 들어가 있다.
새롭게 케어 키(Care Key)가 국내 최초로 제공된다. 운전에 미숙한 이들의 과속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주행 가능 최고 속도를 운전자가 사전에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디자인에서는 그 동안 빈약한 인상을 줬던 후면에 제법 많은 손질이 가해졌다. 배기 가스가 나오는 테일 파이프가 신형 S90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친환경성을 강조해 범퍼 하단으로 숨어버렸다. 공기 저항을 낮춰주는 트렁크 일체형 스포일러를 달았고 테일램프는 시퀀셜 턴 시그널 방식의 Full-LED로 바뀌었다. 종전 모델보다 훨씬 입체감이 커져 플래그십의 위상을 후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판매 가격도 최상위 모델을 8,000만 원대로 맞췄다. B5 모멘텀이 6,030만원, B5 인스크립션이 6,690만원, T8 AWD 인스크립션이 8,540만원(이상 부가세 포함, 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 전)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5년 또는 10만km 워런티 및 메인터넌스도 당연히 제공된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