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네요” 민병헌 기다렸던 허문회, 슬럼프 뛰어넘는 신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8.31 11: 02

“기분이 좋네요.”
롯데 허문회 감독은 지난 30일 사직 한화전을 앞두고 주장 민병헌의 다음주 복귀 소식을 알리면서 “기분이 좋다”고 미소 지었다. 민병헌의 복귀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단 한 마디였다.
올 시즌 주장의 중책을 맡은 민병헌은 선수단 리더의 역할은 나무랄 데 없이 해내고 있었다.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했고, 시간이 나면 어린 선수들과 식사 자리를 가지며 선수단을 챙겼다. 고참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와의 가교 역할도 충실히 했다. 문제는 민병헌 개인의 성적이었다. 

4회초 2사 주자 1,2루 롯데 손아섭의 좌익수 왼쪽 1타점 적시타때 홈을 밟은 민병헌이 덕아웃 앞에서 이대호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rumi@osen.co.kr

지난 25일 허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 전까지 78경기 타율 2할3푼(269타수 62안타) 2홈런 19타점 35득점 OPS 0.584, 득점권 타율 1할5푼4리에 그치고 있었다. 2013년부터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뒤 최악의 성적이다. 슬럼프라고 보기에는 부진의 기간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중순에는 자청해서 2군을 다녀오겠다고 할 정도로 주장의 중책과는 별개로 개인 성적에 대한 부담이 컸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은 민병헌의 부진을 복합적으로 바라봤다. 주장의 역할을 하면서 개인 성적까지 챙기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민병헌이 클럽하우스에서 해주는 역할 자체에 큰 의미를 뒀다. 주장의 역할과 개인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에는 힘들다는 것을 전제하고 민병헌의 올 시즌을 바라봤다. 그렇기에 꾸준하게 민병헌을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허문회 감독의 기저에는 아직 민병헌을 뛰어넘는 선수가 엔트리 내에 없다는 점도 깔려 있었다. 민병헌이 부상자명단에서 돌아올 수 있다는 보고를 받고 미소를 지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허 감독은 그동안 최근 민병헌을 뚝심있게 라인업에 포함시켰던 이유에 대해 “냉정하게 봤을 때 아직 민병헌을 뛰어넘는 선수가 없는 것 같다. 수비나 주루 면에서 민병헌의 기량을 뛰어넘는 선수가 없다. 한 가지 장점이라도 뛰어넘는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를 썼을 것이다”면서 “1군은 전쟁터기 때문에 최고 좋은 선수들을 내야 한다. 부상이 있다면 그 다음에 플랜B를 가동하는 것이다”면서 현재 엔트리 내에서는 민병헌이 동포지션에서는 아직 최고라고 강조했다. 타격은 부진할 지라도 수비와 주루 면에서 민병헌이 공헌하는 기여도가 있다는 것. 
또한, 민병헌이 부재했던 기간 동안 다른 포지션 플레이어들의 휴식도 원활하지 않았던 것도 민병헌을 기다렸던 또 다른 이유다. 특히 리드오프로 고정이 된 정훈이 민병헌이 빠진 기간 동안 중견수로 이동해 경기를 소화하면서 포지션 순환이 원활하지 않았다. 이대호와 지명타자와 1루수를 번갈아 활용할 수도 있었지만 정훈은 민병헌이 빠진 뒤에는 중견수와 1루수를 오가며 경기를 대부분 뛰어야 했다. 그는 “민병헌이 기록이 좋지 않아도 끌고가려고 했던 이유도, 정훈 같은 선수는 한 번 정도 쉬어줘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런 상황이 되지 못했다”면서 “코치들도 민병헌이 빠지면서 민병헌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많이 느꼈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만큼 허문회 감독은 민병헌이 라인업에 포함되면서 가지는 효과는 기록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만약 부상자 명단에서 통증을 다스리는 동안 타격에 대한 재정립과 리프레시를 통해 타석에서도 반등을 한다면 ‘진정한 베스트 라인업’이 완성 될 수 있다.
다음주 KT, KIA 등과 직접적인 5위 싸움을 펼쳐야 하는 롯데에 주장 민병헌의 존재가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까. 허문회 감독의 신뢰와 믿음이 경기력으로 나타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3회초 1사 2루 상황 롯데 손아섭의 동점 1타점 2루타 때 홈을 밟은 민병헌이 허문회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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