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승부수' 17승 투수는 마무리로, 통산 55세이브 투수는 선발로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0.08.30 06: 04

 선발로 시즌 17승까지 거뒀지만 내심 마무리에 눈길을 돌렸던 이영하, 불펜으로 통산 55세이브 32홀드를 기록했지만 선발이 더 편했던 함덕주. 
김태형 두산 감독은 선발 이영하(23)를 마무리로 돌리고, 불펜 함덕주(25)를 선발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선수의 요청이 먼저 있었고, 시즌 50경기를 남겨두고 본격적인 순위 싸움의 승부수이기도 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9일 이영하와 함덕주의 보직 변경에 대해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영하가 뒤쪽에서 던지고 싶다고 하더라. 선수 뜻대로 무조건 받아주는 것은 아니고, 이영하 마무리 그림도 괜찮아 보여 그렇게 하라고 했다”며 “피칭 스타일이 마무리로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19경기에서 3승 8패 평균자책점 5.52로 부진한 이영하가 투수코치와 먼저 상의하며 ‘마무리 전환’에 뜻을 보였다. 지난해 17승을 거둔 이영하는 올 시즌 잘 던지다가 빅이닝을 허용하거나, 5~6회 가면 무너지기는 기복과 스태미너 부족을 보이기도 했다. 
시즌 도중 김태형 감독은 공개적으로 이영하에 대한 애정의 질책을 하기도 했다. 직구 위주로만 던지는 스타일, 힘을 앞세운 피칭은 완급 조절로 긴 이닝을 던져야 하는 선발에겐 안 좋은 모습이다. 그러나 1이닝을 전력으로 막아야 하는 마무리라면 다르다. 
김 감독은 “이영하는 작년에도 한 번 뒤쪽에서 던졌으면 한다는 말을 했다. 국가대표 우완 투수로 키워야 하는 것도 생각해 선발로 이겨내기를 기대했다. 올해 이닝을 풀어가는 데 답답한 것 같다. 마무리로 가서 힘대힘으로 붙고 싶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함덕주는 올 시즌 초반에도 마무리의 부담감을 피력하며 선발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다. 함덕주는 지난 5월말 “마무리 욕심은 없다. 마무리는 심적 부담이 커서 내 성격과 안 맞는 것 같다. 마무리 실패를 한 번 하면 쉽게 회복되지 않더라"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선발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고, 팀 사정상 선발이 필요하다면 자신에게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그는 "우리 팀 선발이 워낙 좋아서, 자리가 없다. 항상 코치님께 얘기는 하고 있다. 언젠가 나도 잘하면 선발로 던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5월에는 외국인 투수 2명에 이영하, 이용찬, 유희관까지 5선발에 빈틈이 없었다. 그러나 이후 이용찬은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 플렉센도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다. 이영하마저 선발에서 부진하면서 함덕주에게 기회가 왔다. 
2017시즌 함덕주는 선발로 뛴 경험도 있다. 당시 9승 8패 평균자책점 3.67을 기록했다. 함덕주는 현재 2군에 있다. 2군으로 내려갈 때 80개까지 투구수를 던져보라고 미션을 줬다. 선발 전환을 위한 지시였다. 김 감독은 "함덕주는 앞은 괜찮은데, 마무리는 부담스러워 한다. 이전에 선발을 해봤으니..."고 기대했다. 
최원준이 불펜에서 임시 선발 기회를 잡고서 선발 7연승이라는 깜짝 활약을 하고 있다. 함덕주는 자신이 원하는, 심리적으로 편안한 선발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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