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박세웅(25)은 분명 팀을 대표하고 리그를 이끌어 갈 ‘영건’ 선발 투수 중 한 명이다. 박세웅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모두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계의 벽을 한동안 뛰어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는 최근 몇 시즌이었다. 2017년 풀타임 선발 투수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지만 이후 부상과 수술, 부진의 굴레에 빠졌다. 박세웅의 성장은 한동안 정체됐다.
2017년 이후 건강한 몸 상태로 맞이하는 첫 시즌을 앞두고 연습경기에서 위력적인 구위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개막 이후 이내 좌절하며 성장통을 겪었다. 하지만 성장통의 시기를 딛고 박세웅은 변화를 시도했고 한계까지 뛰어넘었다. 그 결과 안정감 있고 계산이 서는 선발 투수로 거듭났다.
올 시즌 박세웅은 18경기 6승5패 평균자책점 4.34(95⅓이닝 46자책점)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구창모(NC)가 부상으로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한 가운데 LG 임찬규(3.88), SK 문승원(3.95)에 이은 토종 평균자책점 3위에 올라 있다. 개막 이후 첫 두 달 동안 9경기 평균자책점 5.87로 부진하고 방황했지만 7월 이후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7~8월 평균자책점은 2.92에 불과하다.

오랜만의 건강한 풀타임 시즌을 그저 그렇게 보내기 싫은 승부욕이 박세웅의 변화를 이끌었다. 그는 “예전의 박세웅은 포심과 포크블로 타자를 상대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고 발전을 해야겠다 생각했다”면서 “예전의 모습만 보여주고 올 시즌이 가는 것은 아쉬웠다. 그래서 구종을 변화하고 추가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답했다.
본인의 다짐은 물론 야수 최고참 이대호의 조언이 터닝포인트의 기폭제가 됐다. 정확히 7월 5일 사직 SK전(6이닝 3실점)부터 투심 패스트볼이 레퍼토리에 추가했고, 현재의 상승세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시즌 박세웅의 변화가가 시작된 시점이다.
박세웅은 “투심을 던진 이후로 좋아진 것 같다”면서 “나는 패스트볼 RPM(분당 회전수)이 많은 선수가 아니다. 공의 움직임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때 이대호 선배님께서 ‘공의 회전이 조금만 이상해도 타자들이 멈칫할 수가 있다. 한 번 시도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래서 캐치볼을 할 때 불편함이 없었고 던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직 완벽한 투심의 형태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금방 습득한만큼 수정 보완의 과정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투심을 잘 던지는 투수들만큼 아직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조금의 변화가 있어도 빗맞고 있다. 올 시즌을 비롯해서 연습을 하고 수정을 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번의 변화에 그치지 않았다. 그 다음 등판부터는 2015년 데뷔 첫 시즌 이후 거의 던지지 않았던 체인지업을 다시 꺼내들었다. 구종 추가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7월 11일 두산전(5이닝 2실점 비자책)부터 박세웅은 체인지업을 다시 던졌다. 그는 “왼손 타자들이 많이 있었고 포크볼이 생각만큼 잘 안될 때였다. 그래서 차라리 체인지업을 던져보자고 생각했다. 연습을 따로 안해도 손에 익어있는 구종이었기 때문에 (김)준태 형도 괜찮다고 해서 쓰게 됐다”며 “체인지업 그립은 당시와 똑같이 잡는다. 지금은 빠지는 공이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며 약 5년 만에 꺼낸 무기의 감각에 만족감을 보였다.
포심과 포크볼의 비중이 많았던 박세웅이었지만 이제는 포심과 포크볼을 기반으로 기존에 던지던 슬라이더, 커브에 투심과 체인지업이 추가됐다. 총 6가지의 구종을 던지는 변화무쌍한 투수로 진화했다. 다양한 구종은 타자를 상대하는 선택지를 넓히는 것은 물론 변수들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그는 “구종이 많아지니 선택지가 많아졌고 잘 안될 때 대처할 수 있는 구종들이 생기니까 대처를 빠르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7년 13승을 거두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던 박세웅과 올해의 박세웅은 당연히 다르다. 한층 성숙해졌고 타자와의 승부 경향도 발전했다. 그는 “2017년의 박세웅은 포크볼 의존도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슬라이더가 예전보다 좋아진 것 같고 커브의 빈도도 좋아지면서 제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많아졌다”면서 “또 예전에는 몸쪽 승부 많이 하지 않았는데 올해 초반 힘든 시간을 겪다보니 생각을 다시 하면서 몸쪽 승부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두 번의 스텝업을 한 박세웅에게 남은 목표는 ‘이닝 소화력’을 갖추는 일. 지난 26일 SK전에서 시즌 첫 7이닝 경기를 펼쳤다. 대부분 6회 이전에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아무래도 6이닝을 못 채운 경기가 많았다.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투수가 되려면 6이닝 이상을 던져야 한다. 이를 보완해야 한다. 남은 기간 이닝 소화력을 기르고 깊다”고 다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