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첫 승→득남 발표’ SK 김정빈, “지금 버티는 것은 가족의 힘”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8.27 13: 10

SK 와이번스 불펜진의 핵심 김정빈(26)은 지난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의문스러운 데뷔 첫 승(?)을 따냈다. 
SK는 25일 롯데와 난타전 끝에 10-8로 신승을 거뒀다. 6회초까지 6-1로 앞서 있었지만 6회말 롯데에 내리 6점을 헌납하며 6-7로 역전을 당했다. 그러나 이어진 7회초 정의윤의 결승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다시 리드를 잡았고 승리를 챙겼다.
10-7로 재역전을 했을 당시 SK 마운드는 김세현이 지키고 있었다. 7회말 이태양이 올라왔고 2사 1,2루에서 김정빈이 마운드에 올라와 8회까지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통상적인 기록체계에서는 김세현이 승리 투수, 김정빈이 홀드를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이날 기록위원들의 판단은 달랐다. 김세현이 아닌 김정빈에게 승리 투수를 부여했다. 선발 투수가 승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투구를 펼친 투수’라고 기록위원들이 판단했다. 드문 사례였다. 

7회말 이닝을 마친 SK 김정빈이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youngrae@osen.co.kr

2013년 전체 3라운드 28순위로 지명됐고, 올시즌 SK 불펜의 대들보였던 김정빈의 데뷔 첫 승이기도 했다. 비록 이튿날인 26일 다시 패전 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김정빈 없이 올 시즌 SK 투수진을 논하기는 힘들다. 43경기 1승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96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박경완 감독대행은 “선발 투수가 일찍 내려가고 효과승이란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김정빈이 홀드라고 생각했는데 승리투수가 됐다고 했다.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김정빈 역시 “버스에 있는데 부모님께서 연락을 하셔서 그 때 기록을 보고 알았다. 동생도 야구를 하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기록 같은 것을 잘 찾아보신다”고 첫 승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전했다. 김정빈의 동생은 키움 소속으로 현재 상무 군 복무 중인 투수 김정인이다. 
지난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마무리캠프, 스프링캠프까지 죽을 힘을 다해 던졌고 이제 당당히 1군에서 제 몫을 다하는 투수로 성장했다. 8년차에 햇빛을 쬐고 있다. 그리고 그가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체력적으로 부치더라도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서는 이유는 가족들 때문이다. 곧 김정빈을 밝게 할 복덩이도 태어난다.
사실 김정빈은 이미 ‘품절남’이다. 지난 1월, 여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쳤다. 결혼식만 올리지 못했고 법적인 부부다. 그리고 곧 뱃속의 첫 아이도 태어날 예정이다. 김정빈은 26일 경기를 앞두고 “1월에 혼인신고를 했고 9월 초가 예정일이다”며 “첫 승을 했고 좋은 날이 올 때 밝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에 비해 기세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체력적으로 부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는 “스프링캠프부터 1군에 남아야 하니까 전력으로 던졌다. 체력 생각 없이 던졌는데, 체력적인 문제가 크다”면서 “체력 때문이었는데 밸런스를 고민했다. 혼자 망가지고 있었다. 생각도 많아졌다. 첫 1군에 있다보니 다른 것들을 많이 시도해보려고 하니 제 것을 못 찾겠더라. 고생도 많이 했고 잠도 못잤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주위의 선배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선배들이나 코치님들이 ‘앞으로 할 경기들이 많으니 계속 자책하면 더 내려갈 것이다’고 조언해주셨다. 첫 시즌이니까 기분 좋은 마음으로 던지고 안 좋아도 좋은 척 해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곧 태어날 아기와 아내를 생각하며 공을 던지고 있다. 그의 모자 챙 안쪽에도 가족들을 생각하게 하는 문구들을 새겼다. ‘가족!’ 그리고 김정빈과 아내의 영어 이니셜 첫 두 글자를 합친 ‘KJSY’, 그리고 ‘당당O, 주눅X, 두려움X’ 마운드 위에서 되새겨야 할 마음가짐도 써놓았다.
그는 “아내가 출산 시기가 가까워오면서 무섭다고 한다. 겁내지 않고 건강하게 출산해줬으면 좋겠다”며 “시즌 초에도 힘들었지만 아내와 아이를 생각했다. 이제 책임감이 생겼고 이제는 내가 힘들어도 가족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공을 던지다. 나의 버티는 힘은 가족들이다”고 강조하며 가족들을 향한 애틋함을 전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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