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 피어난 기적의 홈런이 5강 싸움의 에너지가 될까?
KIA타이거즈는 지난 주말 키움히어로즈와의 고척돔 2연전에서 심판 판정의 패닉을 경험했다. 하나는 심판도 일정했던 오심이었고, 또 하나의 하나는 홈 충돌방지 룰의 적용을 받아 판정이 번복됐다. 억울함과 분노가 점철되는 판정 속에서도 5연패를 벗어났다. 이제 그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을 것인지 주목된다.
22일(토) 경기의 오심은 충격을 주었다. 김호령이 8회말 1사에서 이정후의 우중간 직격 타구를 잡아냈다. '슈퍼캐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2루심 최수원 심판위원은 볼이 펜스에 맞은 것으로 확신하고 2루타를 인정했다. 중계화면에서 볼은 김호령의 글러브 안을 떠나지 않았다. 오심은 역전패로 이어졌다.

최 심판위원의 판정에 KIA 더그아웃과 키움 더그아웃, 중계진도 놀라워했다. 2루타는 번복되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도 못했다. 주어진 2회를 이미 사용한 탓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심판진은 명백한 실증자료가 있는 탓에 KBO를 통해 오심을 인정했다. 대신 "확신을 했는데 명백한 실수"라는 이상한 문구가 나왔다.

이날의 오심으로 인해 KIA는 경기도 졌지만, 김호령의 호수비가 지워졌고, 투수 장현식의 실점 등 억울한 피해자들이 생겨났다. 동시에 폐지됐던 심판의 비디오판독 신청을 다시 도입하거나, 명백한 오심이 드러나면 현장에서 심판들이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어떤 형태로든 이날의 오심이 제도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날인 23일의 경기에서 판정 하나가 또 한번의 패닉 상황을 연출했다. 6-5로 앞선 8회 2사 1,3루에서 투수 김명찬의 폭투와 함께 3루 주자가 홈에 쇄도하면서 접전 상황이 벌어졌다. 송구를 받은 투수 김명찬의 태그가 빨랐고 최수원 주심은 아웃판정을 내렸다. 키움은 곧바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고, 홈 충돌방지 룰을 적용해 세이프를 선언했다. 주자의 주루선을 막았다는 것이다.
룰 적용의 적합성 판단을 떠나 전광판에 3분이 지났는데도 판정을 내리지 않은 점이 논란이 됐다. 3분이 지나면 원심을 유지해야 한다. 수 십초가 지난 다음에 판정을 번복했다. 결국 6-5에서 6-6 동점이 되고 말았다. KIA의 한숨과 키움의 환호가 교차했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달려나와 최수원 주심에게 "판독시간 3분을 넘겼다. 당신은 또 잘못된 판정을 했다"고 항의 끝에 퇴장을 당했다. 심판진은 기술적인 문제와 복잡한 룰 적용으로 3분을 넘을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내세웠다.

감독까지 퇴장을 당하면서 KIA 선수들은 이틀 연속 판정의 패닉에 빠졌다. 두 번째 경기도 그대로 내주는 것 같았다. 6연패의 그림자가 아른 거리는 듯 했으나 주저 앉지는 않았다. 9회초 기대못했던 김규성의 우월솔로포가 터져 승기를 잡았다. 1할7푼대 타자가 0.72 ERA를 자랑하는 키움의 마무리투수 조상우를 상대로 터트린 것이었다. 기적의 홈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진 찬스에서 나지완의 적시타까지 터져 8-7로 승리, 5연패에서 벗어났다.
김규성은 경기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오늘은 정말 간절하게 이기고 싶었다"고 심경을 내비쳤다. KIA 더그아웃의 모든 선수들의 마음을 대변한 말이었다. 오심으로 생긴 억울한 마음이 이기겠다는 한마음과 원팀으로 뭉쳤다고 볼 수 있다. 연패로 인해 크게 가라 앉았던 더그아웃도 비로소 활기로 가득했다. 이날의 간절한 기운이 순위 싸움에서 어떤 동력을 제공할 것인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