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새옹지마…'우승 배터리' 박경완이 본 '김광현 첫 승'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20.08.24 08: 02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의 첫 승도 그랬다.
김광현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두 번째 선발 등판. 지난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와 2년 최대 1100만 달러(약 13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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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나섰던 김광현을 스프링캠프에서도 5선발 경쟁을 펼쳤다.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며 메이저리그 선발 등판이라는 꿈에 한 걸음 가까워지는 듯 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모든 훈련이 중지됐다.
다시 재개된 훈련에서도 김광현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결국 정해진 보직은 마무리 투수. 한국시리즈 피날레 투수로 두 차례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지만, 정규시즌 많이 나서본 적 없는 낯선 자리였다.
마무리의 자리는 길지는 않았다. 지난달 25일 피츠버그와 개막전에서 3점 차로 앞선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로 나와 1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세이브를 수확했다. 이후 팀 내 선발진에 부상자가 잇달아 생기면서 선발 투수로 자리를 옮겼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팀 내에도 생겨 경기가 취소되는 등 어수선한 상황. 김광현은 18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투구수가 약 60개 제한된 상황에서 김광현은 57개의 공을 던져 3⅓이닝 1실점으로 소화하며 선발 투수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두 번째 선발 등판. 김광현은 ‘특급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와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이며 6이닝 동안 단 1실점을 기록하며 신시내티 타선을 제압했다.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고루 섞었고 구속을 조절하며 투구의 다양성을 더했다.
타선의 도움과 더불어 불펜도 김광현 이후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3-0 승리와 함께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첫 승은 따냈다.
김광현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마운드에서 승리해서 기분이 좋다"고 설렌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동료도 찬사를 보냈다. 이날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면서 김광현의 첫 승에 도움을 준 토미 에드먼은 "대단하다"고 운을 떼며 "그의 메이저리그 첫 해는 정말로 이상하고 평범하지 않다. 또 김광현은 마무리에서 선발로 이동했다. 그는 계속해서 그렇게 했던 것처럼 놀랍게 하고 있다"고 박수를 보냈다.
바다 건너 이 소식을 들은 SK 박경완 감독대행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박경완 감독대행은 2010년 김광현과 함께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김광현은 모자를 벗고 박경완 감독대행에게 인사를 했다. 이 장면은 당시 SK의 우승을 상징하는 장면이 되기도 했다.
박 감독대행은 김광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영상을 통해 삼진 잡는 모습을 봤다”라며 “역시 김광현은 김광현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낯선 땅에서 낯선 보직인 마무리 투수를 했던 김광현의 마음고생도 이해하면서도 그런 과정이 더욱 성장하는 계기로 바라봤다. 박경완 감독대행은 “개막전에서 마무리 투수로 나설 때 많이 긴장했을 것”이라며 “그래도 선발투수로 나서는 것은 마무리 투수로 나설 때보다 긴장이 떨어진다. 마무리 투수로서의 경험이 선발 등판을 더 편하게 해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박경완 감독대행은 “첫 스타트를 잘 끊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며 “올 시즌 메이저리그가 단축 시즌으로 진행되면서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올해 활약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오랜 시간 잘 던졌으면 한다”고 활약을 기대했다./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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