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린 강경남은 23일 최종라운드에서 드라이버는 좋았지만 그린 플레이가 속을 썩였다. 홀컵을 향해 굴러가던 공이 딱 한 바퀴를 남기도 서 버리거나, 홀컵 테두리만 훑고 나왔다.
공동 2위로 출발한 조민규는 드라이버도 숏게임도 안정돼 있었다. 극적인 장면은 많지 않았지만 경기력으로만 따지면 최고의 플레이를 했다.
역시 공동 2위로 출발한 이태희는 드라이버 정확도가 떨어졌다. 페어웨이를 놓치는 일이 잦았고, 공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러프에서 두 번째 샷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런데 숏 게임에서는 깜짝깜짝 놀랄 장면들이 속출했다. 장거리 퍼트가 홀컵에 쑥 빨려 들어가는가 하면 파세이브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칩인버디가 쑥쑥 들어갔다.

이날의 결과만 보면, 골프에서 진리처럼 떠도는 속설이 옳았다. 숏게임에서 행운까지 따라준 이태희의 우승 기운이 가장 강렬했다.
이태희(36, OK저축은행)가 제 39회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 원, 우승상금 1억 6,000만원)에서 2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작년 대회 우승자로서 우승컵을 2년 연속 지킨, 이 대회 최초의 선수가 됐다. 이 대회에서 2승을 올린 선수는 이태희를 포함해 5명이나 되지만 대회 2연패는 이태희가 처음이다.
이태희는 23일 강원도 춘천시 엘리시안 강촌 컨트리클럽(파70, 7001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3타를 더 줄여 최종합계 11언더파 199타(65-67-67)로 우승했다.
강경남, 조민규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최종 3라운드를 시작한 이태희는 2~4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으며 초반 기세를 잡았다. 버디를 잡는 과정은 화려했다. ‘막 되는 날’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경기 중반홀을 지나면서 불안했던 드라이버가 시련으로 닥쳤다. 8~14번홀에서 보기 4개, 버디 2개로 손해보는 장사를 했다. 드라이버와 퍼트가 모두 안정됐던 조민규가 2타차까지 벌리며 선두를 달리던 시간이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이태희는 뒷심도 있었다. 15, 16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선두 조민규를 압박했다.
안정된 플레이를 펼치던 조민규는 우승이 눈앞에 다가온 17, 18번홀에서 흔들렸다. 그렇게 좋던 드라이버 샷이 페어웨이를 놓쳤고, 세컨드 샷도 그린 주변 러프에 빠졌다. 17번홀 보기로 공동 선두를 내줬고, 18번홀에서는 러프에서 올린 세컨드 샷이 그린을 훌쩍 넘겨 버리며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조민규는 이준석과 함께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극적인 플레이 끝에 대회 2연패, 개인 통산 4승째에 성공한 이태희는 “들쑥날쑥한 경기에 우승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17, 18번 홀이 어렵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하면 기회가 올수 있겠다 싶었다. 15번 홀 이후 점수를 따라잡아 우승까지 이를 수 있었다. 이태희가 뒷심도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나도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