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투수를 시작할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홈런은 맞아도 절대 볼넷은 주지 말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볼넷을 허용하는 건 뒤에 서 있는 7명의 수비수들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일이기 때문.
그래서 일까. 류현진은 홈런을 맞는 날에는 오히려 격려받고 볼넷을 주는 날에는 엄청 혼이 났다고 한다. 류현진은 등판을 마치면 아버지께 이날의 승리 여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볼넷을 얼마나 적게 줬는지를 자랑한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가 볼넷에 무너졌다. 라이블리는 1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홈경기에서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4볼넷 7탈삼진 6실점으로 시즌 6패째를 떠안았다.

볼넷을 남발한 게 패인이었다. 1회 조용호, 황재균, 멜 로하스 주니어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제압한 라이블리는 2회 무려 5점을 내줬다. 선두 타자 강백호에게 볼넷을 내준 데 이어 유한준에게 우중간 2루타를 얻어 맞았다. 강백호는 홈까지 파고 들었다.
배정대의 볼넷, 장성우의 우전 안타로 만루 위기에 놓인 라이블리는 박승욱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3루 주자 유한준은 홈인. 심우준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1점 더 내줬다.
조용호를 1루 땅볼로 유도하며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 라이블리는 황재균에게 싹쓸이 적시타를 얻어 맞았다. 0-5. 라이블리는 로하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2회 투구를 마쳤다.
3회 선두 타자 강백호에게 좌월 솔로 아치를 허용한 라이블리는 유한준의 볼넷, 배정대의 땅볼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장성우를 유격수-2루수-1루수 병살타로 유도한 데 이어 박승욱을 헛스윙 삼진으로 제압했다.
4회 심우준, 조용호, 황재균을 삼자범퇴 처리한 라이블리는 5회 로하스, 강백호, 유한준 등 KT 클린업 트리오를 범타로 유도했다.
4회까지 침묵을 지켰던 삼성은 5회말 공격 때 김지찬, 이성규, 박해민의 연속 안타와 김동엽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2점을 추격했다. 라이블리는 2-6으로 뒤진 6회 장지훈과 교체됐다.
허삼영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라이블리가 국내 투수보다 외국인 투수와 선발 맞대결을 펼칠때 승부욕이 더 생길 것이다.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라이블리는 볼넷 남발에 패배를 자초했다.
지난 16일 대전 한화전 이후 3연패 수렁에 빠진 삼성. 인천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