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곧 집중력이다.”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은 줄곧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신경쓰면서 시즌을 풀어가려고 했다. “체력이 곧 집중력”이라는 신념이었다.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통해 8월에 치고 올라가겠다는 선언을 했다. 롯데의 승부처는 8월이었다. 8월 초반 6연승을 달리는 등 허문회 감독의 예언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6연승 이후 맹렬했던 기세가 한 풀 꺾였다. 연승이 끝나고 나타나는 후유증 등 이상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롯데는 지난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4연전 첫 경기에서 2-9로 완패를 당했다. 3연패 수렁에 빠졌다. 선발 등판한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가 4이닝 6실점으로 조기 강판 당한 것이 일단 패인이었다.

경기 전 허문회 감독이 “두산과의 4연전이 고비라고 생각했다. 부담스럽고 무서운 경기들이 될 것 같다. 지난 주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하며 이를 의식했다. 감독이 의식한 경기에 선수들은 전혀 따라주지 못했다.
야수들의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자멸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날 롯데는 야수진이 4개의 실책을 범했다.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실책이었다. 올 시즌 최소 실책 1위 팀의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졌다.
여기에 더해 3연패 기간 타선의 집중력도 뚝 떨어졌다. 3연패 기간 동안 모두 3득점 이하를 기록했다. 점수를 좀처럼 뽑지 못했다. 15일 키움전 7안타 1득점, 16일 키움전도 6안타 3득점이었고, 이날 두산전도 6안타 2득점에 그쳤다. 3경기 팀 타율 1할9푼2리에 불과하다(99타수 19안타).
주전 선수들의 몸놀림이 현저히 둔화됐다. 투수의 공에 타이밍이 늦었고, 타구에 실리는 힘도 부족했다.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까지 몸놀림이 무거웠다.
‘체력이 곧 집중력’이라는 롯데와 허문회 감독의 지론이 8월 승부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순간 흔들리고 있다. 기나 긴 장마로 우천 취소 경기가 많아졌고 곧바로 이어진 무더위로 인해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은 듯 했다. 역설적으로 허문회 감독의 지론과는 정 반대로 선수들의 몸놀림이 무거워지며 3연패를 당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