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32)의 선발 데뷔전은 성공적이었다. 4가지 구종의 경쟁력, 제구력, 위기 관리 능력까지. 선발 투수를 원했던 이유를 스스로 증명했다.
김광현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2020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57구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1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광현이 선발로 역투를 펼치면서 팀의 3-1 역전승을 이끌었다.
마무리 투수 보직을 받고 데뷔 시즌을 맞이한 김광현.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세인트루이스 구단에서 일어나며 17일 동안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김광현은 마무리 보직에서 1경기만 치르고 다시 선발 투수로 돌아왔다. 이날 데뷔전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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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됐던 선발 데뷔전의 첫 번째 이닝.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1회말 1사 후 앤서니 리조에 볼넷, 하비에르 바에즈에 좌익수 방면 2루타를 얻어맞으며 1사 2,3루에 몰렸다. 이후 윌슨 콘트레라스를 상대로는 벤치가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내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첫 이닝부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궁지를 스스로 벗어났다. 1사 만루에서 첫 타자 이안 햅을 3구 삼진으로 솎아냈고 데이빗 보티를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워 위기를 극복했다.
2회를 삼자범퇴로 넘긴 김광현은 3회 다시 위기에 몰렸다. 크리스 브라이언트에 좌전 안타, 리조에 볼넷을 허용해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두 타자 연속 풀카운트 승부 끝에 주자를 모두 내보냈다. 하지만 김광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바에즈를 3루수 병살타로 요리한 뒤 콘트레라스를 1루수 직선타로 요리해 실점 없이 이닝을 마감했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행운까지 따랐다.
그러나 4회, 선두타자 햅을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88.5마일 밋밋한 패스트볼이 가운데 높은 코스로 몰리자 여지없이 장타를 얻어맞았다. 장타 허용 이후 흔들릴 수 있었지만 보티를 3루수 땅볼, 조쉬 페글리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이후 공을 불펜진에게 넘겼다.
이날 김광현의 위기 관리 능력은 으뜸이었다. 두 번의 실점 위기에서 최상의 결과들을 만들어냈다. 선발 데뷔전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피홈런이 있었지만 1점 짜리였다.
김광현의 4가지 경쟁력도 증명했다.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위주로 경기를 풀어갔다. 1,2회에는 사실상 투피치였다. 하지만 3회부터 커브와 체인지업을 가미했다. 3회 무사 1,2루에서 바에즈를 상대로 이날 경기 첫 체인지업을 던져 3루수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상대를 현혹시키는 4가지 구종이었다. 구종 경쟁력을 모두 확인했다.
포심 25개, 슬라이더 20개, 체인지업 7개, 커브 5개 등 구종들을 골고루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1.6마일, 147.4km였고 평균 구속은 90마일, 144.8km를 기록했다. 선발로 전환한 뒤 구속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피츠버그와의 마무리 데뷔전 이후 첫 등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김광현의 구속은 문제되지 않았다.
구속보다는 제구력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1회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홈플레이트 좌우를 구석구석 활용했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편차가 크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낮은 코스로 공이 형성됐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몸쪽 바깥쪽 모두 절묘하게 걸쳤다. 체인지업과 커브도 타자들을 유인하기에 충분한 공이었다. 자동 고의4구 제외 볼넷 2개를 리조에게 허용했지만 리조의 선구안을 칭찬해야 했다. 김광현의 제구력은 충분히 안정적이었다. 57구 중 스트라이크는 33개, 볼은 24개.
선발 데뷔전 단추를 잘 꿰어낸 김광현이고, 선발 투수를 원했던 김광현의 경쟁력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