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지옥 훈련' 이승진, 150km로 쏘아 올린 가능성 [오!쎈 잠실]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20.08.17 06: 02

"이 길이 맞나 싶었어요."
이승진(25・두산)은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팀간 7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3사사구 7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5월 말 트레이드로 SK 와이번스에서 두산 베어스로 이적한 그는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의 부상으로 선발 투수의 기회를 받게 됐다. 이적 직후 두 경기에 나왔던 그는 첫 경기에서는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지만, 두 번째 등판에서는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한 채 3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흔들렸다.

이승진. /sunday@osen.co.kr

퓨처스리그에서 재정비에 들어간 그는 지난달 29일 1군에 복귀했고, 4일 삼성전에서 이적 후 첫 선발 등판해 3이닝 3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4실점을 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자신있게 공을 던졌다"고 다독였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 차례 기회를 더 받게된 이승진도 호투로 기대에 부응했다. 15일 KT전에서 1회 1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긴 그는 최고 150km의 직구를 앞세워 상대 타선을 제압했다. 5회 3루타 뒤 자신의 송구 실책으로 점수를 내줬지만, 이후 추가 점수를 내주지 않으며 3-1로 앞선 6회 승리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비록 불펜 난조로 데뷔 첫 승을 거두지 못했지만 선발 투수로서는 제 몫을 해낸 피칭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생각보다 공을 잘 던졌다. 구속도 뒤에는 조금 떨어졌지만, 1회에는 베스트가 나왔다"라며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라고 호평했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찾은 부분을 높게 샀다. 김 감독은 "올라와서는 긴장했다고 해야할지 자신있는 공을 못 던졌다. 스로잉이나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또 공을 놓는 위치도 왔다갔다 했다"라며 "타자에게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구속도 좋아지고 자기 공을 던진 것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이승진. /sunday@osen.co.kr
다시 1군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이승진은 마음고생을 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140km 중후반 대의 공을 던졌지만, 1군에서는 좀처럼 그 모습이 이어지지 않았다.
이승진은 "작년부터 스피드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2군에서는 140km 중후반 나오는데 1군에서는 130km대가 나오고 좋아지지 않았다"라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구위가 좋아질 기미가 안보였다. 트레이드가 돼서 왔는데도 그대로였다. 성적은 어느정도 났는데 잘 맞은 타구가 정면에 가는 등 운이 좋았다. 잘 던져도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남몰래 눈물도 훔쳤다. 그는 "계속 못하다보니 내 길이 맞나 싶었다. 트레이드 돼서 왔는데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는데 답답했다. 또 트레이드 됐을 때에도 '나를 왜?'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방향을 잡지 못했던 이승진을 위해 두산의 퓨처스 코치들은 팔을 걷어붙였다. 배영수 투수코치는 아침 7시 30분부터 나와 이승진과 함께 훈련을 하며 몸과 마음을 다잡도록 했다. 또 권명철, 김상진, 백차승 코치 역시 노련한 투수 조련사답게 이승진에게 부족한 부분을 짚어 줬다.
이승진은 "2군에 있을 때 코치님들께서 많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 권명철 코치님은 팔 회전 등에서 많이 알려주셨고, 김상진 코치님은 투구 할 때 힘쓰는 방향을 잘 가르쳐주셨다. 배영수 코치님은 투구할 때 리듬, 타자와 공격적으로 싸우는 타이밍, 투구 밸런스 등을 많이 강조했다. 백차승 코치님은 하체 밸런스를 많이 잡아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훈련 강도는 상당했다. 이승진은 "한 번 훈련을 하고 나면 옷이 젖는 것이 아니라 아예 땀이 옷에서 흐른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옥 훈련을 견디게 한 것은 눈에 보이는 성장이었다. 그는 "조금씩 좋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구속도 2km씩 빨라지기 시작했고 어느순간 147km까지 나왔다. 그리고 1군에 올라왔는데 어제는 150km가 나오더라"라며 "솔직히 이렇게 구위가 올라갈 줄은 몰랐다. 좋아지는 모습이 보이니 야구하는 맛도 많이 나기 시작했다"고 웃었다.
구속은 150km까지 끌어올렸지만 아직 보완할 점도 있다. 중간 중간 흔들렸던 제구다. 이승진도 "제구가 아직 많이 들쑥날쑥하다. 볼넷을 내주는 것이 가장 싫다"라며 "이 부분은 앞으로 더 보완해야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첫 승이 불발됐지만, 이승진은 오히려 다음 등판의 의지를 다졌다. 그는 "첫 승은 내가 잘하면 따라오게 돼 있다. 이제 시작인 만큼, 점점 발전하고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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