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한화 팬들은 요즘 이 선수 보는 낙으로 산다. 신인 사이드암 투수 강재민(23). 한화의 새로운 필승조로 떠오른 강재민이 신인왕 레이스에도 슬며시 가담했다.
강재민은 16일 대전 삼성전에 3-2로 리드한 7회 구원등판,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홀드를 챙기며 한호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김헌곤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나머지 3타자를 범타 요리했다. 박계범에겐 143km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뺏어냈다.
이날까지 강재민은 시즌 23경기에서 홀드 5개를 수확하며 평균자책점 2.38을 기록 중이다. 22⅔이닝 동안 삼진 31개를 잡아내 ‘닥터K’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9이닝당 탈삼진 12.3개. 20이닝 이상 던진 투수 129명 중 KIA 홍상삼(13.5개)에 이어 전체 2위다.

용마고-단국대 출신으로 올해 2차 4라운드 전체 38순위로 입단한 강재민은 시즌 전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1차 지명자 신지후, 2차 1~2라운드에 뽑힌 남지민, 한승주 등 고졸 투수들이 1군 캠프에 참가한 반면 강재민은 2군 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퓨처스리그에서 13경기 2세이브 평균자책점 2.77로 가능성을 보여준 강재민은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에서 1군 기회를 잡았다. 추격조로 시작했지만 승부처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공을 뿌렸다. 승급 심사를 통과하면서 이제는 어엿한 한화의 필승맨으로 자리 잡았다.

강재민은 사이드암치곤 비교적 빠른 평균 141km 직구에 위력적인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던진다. 최원호 대행은 “슬라이더 RPM이 2900 이상 나올 정도로 회전력이 좋다. 꺾이는 속도가 빨라 타자들이 노리고 스윙해도 잘 안 맞는다”며 “기본적으로 제구가 좋고, 마운드에 올라가자마자 자기 공을 던질 줄 안다. 도망가지 않는 스타일이다. 위기 상황도 잘 막는다”고 칭찬했다.
실제 강재민은 득점권 피안타율이 1할4푼8리로 낮다. 앞선 투수들에게 넘겨받은 주자도 18명 중 1명만 홈으로 보냈다. 승계주자 실점률 5.6%. ‘구원’ 투수의 임무를 완벽하게 하고 있다. 그는 “팬들이 내 이름을 말할 때 마운드 위에서 항상 자신감 있고, 공격적인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페이스라면 신인왕 후보에도 명함을 내밀 만하다. KT 소형준, LG 이민호, KIA 정해영 등 고졸 투수들이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강재민도 대졸 신인 대표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주목받기 어려운 중간투수 보직과 최하위 한화의 팀 성적이 핸디캡이지만 후보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

한화는 지난 2006년 류현진 이후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이렇다 할 신인왕 후보도 내지 못했다. 2018년 내야수 정은원이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신인상 최종 후보 3인에는 들지 못했다. 순수 신인 투수로는 2015년 김민우가 최근 10년 사이 1군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다. 한화에 모처럼 등장한 ‘신인왕 후보’ 강재민의 활약이 더 반가운 이유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