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단 입사 30년이 됐는데 처음 본 모습이었다.”
지난 1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두산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출근을 하던 삼성 선수들은 구장 입구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원기찬 대표이사와 홍준학 단장이 앞치마를 입은 채 선수들이 올 때마다 큰 박수와 열렬한 환호로 맞이한 것이다.
원기찬 대표이사가 몇 주 전부터 준비한 서프라이즈 이벤트였다. 구단을 대표하는 높은 위치에 있지만 권위를 내려놓고 손수 준비한 커피와 간식을 모든 선수들에게 일일이 전달했다. 선수들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리며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선수들도 예고에 없던 이벤트에 잠시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지만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그동안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사진] 라이온즈 TV 화면 캡처](https://file.osen.co.kr/article/2020/08/17/202008170248774060_5f3972b50bd59.png)
삼성 관계자는 “사장님께서 무더운 여름에 고생하는 선수들이 힘낼 수 있도록 이벤트를 먼저 제안하셨다. 사장님이 워낙 파이팅 있게 이벤트를 이끄셔서 모두 놀랐다.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 삼성카드 대표이사를 지낸 원기찬 대표이사는 지난 3월 라이온즈 구단주 겸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올해로 삼성에서 30년째 선수, 프런트, 감독으로 몸담고 있는 허삼영 감독도 깜짝 놀랐다. 허삼영 감독은 “야구단 입사 30년이 됐는데 처음 본 모습이었다. 사장님께서 선수들에게 좋은 기를 주고 싶어 고민 끝에 준비하신 이벤트였다. 선수들도 사장님의 파이팅에 큰 힘을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허삼영 감독은 “그날 경기를 이기지 못해 아쉬웠지만 침체된 분위기가 활기를 찾은 건 분명하다. 이벤트가 있을 것이라 듣긴 했지만 그 정도로 사장님이 직접 열정적으로 하실 줄은 상상도 못했다. 선수들의 이름도 육성으로 직접 호명하시며 기를 넣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이벤트를 연 날 삼성은 두산에 8-15 완패를 당했지만 이튿날부터 3연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17일 현재 시즌 40승43패1무로 8위에 있는 삼성은 5위 KIA에 5경기 차이로 뒤져있지만 아직 가을야구를 포기할 때는 아니다. 남은 시즌 복귀 전력이 많아 충분히 반격 가능하다.

내야수 김상수, 이학주, 새 외국인 타자 다니엘 팔카, 그리고 군제대 자원으로 투수 심창민, 내야수 강한울까지 이달 중으로 추가 합류한다. 허삼영 감독은 “김상수, 이학주, 팔카가 합류해서 타순이 고정되면 공격도 괜찮아질 것이다”며 “(5위권과) 3.5경기 이상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이제부터 2연전으로 힘든 일정이지만 지키는 야구를 하겠다. 디펜스와 불펜 야구를 힘 있게 밀고 나가겠다”는 말로 5강 추격전을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