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이성곤(28)은 데뷔 7년차 만에 빛을 보고 있다. 선수 스스로의 뼈를 깎는 노력, 그리고 2군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뎌냈기에 지금의 순간이 왔다. 하지만 이성곤은 자신의 현재도 2군에서 함께 버틴 동료들을 잊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성곤의 마음 씀씀이는 현재 2군에서 이성곤의 뒤를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선수들의 자부심이 됐다.
이성곤은 올 시즌 31경기 타율 3할4푼2리(83타수 26안타) 4홈런 12타점 OPS 0.919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2군에서는 더 이상 증명할 것이 없을 정도였지만 그동안 1군에서 보여준 것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이성곤은 자신의 노력을 드디어 1군에서 증명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댄 스트레일리를 상대로 데뷔 7년 만에 첫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SK와의 대구 SK전을 앞두고 첫 홈런턱을 냈다. 1군 선수들에게 피자 20판을 돌렸다.
그러나 이성곤이 돌린 피자의 수신지는 한 군데 더 있었다. 삼성의 2군이 있는 경산이었다. 경산 2군 선수단에는 1군보다 더 많은 30판의 피자를 돌렸다. 그는 “퓨처스에 선수들이 더 많지 않느냐”며 가볍게 대답을 했다.

이성곤이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이 드러나는 대표적인 대목이었다. 아버지만큼이나 정갈하고 군더더기 없는 말주변을 자랑하는 이성곤은 지난 19일 대구 롯데전을 앞두고 당시 2군 선수단에 돌린 피자의 의미를 다시금 설명했다.
그는 “2군에 피자를 돌린 것은 그 친구들과 더 많은 땀을 흘렸고, 코칭스태프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었다.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어떻게든 성의를 표시하고 싶었다. 내가 2군에서 여러 도움을 받았듯이 나 역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피자 턱’은 이성곤이 2군에서 버티고 있는 선수들을 향한 도움의 극히 일부다. 2군 선수들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바로 이성곤이 1군에서 꾸준히 활약을 해가나는 것. 이성곤을 보며 힘든 훈련들을 버티고 동기부여와 힘을 얻는다. 이성곤은 “홈런을 치거나 멀티 히트를 쳤을 때 2군에 있는 동생들이 연락을 해온다. ‘형을 보고 힘을 낸다’고 해준다. 그래서 저 입장에서는 뿌듯하다. 동료들이 응원을 해주는데 싫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고 답했다.
이성곤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쳤기에 동생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2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이성곤이고, 그 시간들을 버텨내며 지금의 순간까지 왔다. 야구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버티면서 현재의 순간이 왔다. 2014년, ‘화수분 야구’의 두산에 입단하면서 그런 상황들을 지켜봤다. “지금 두산 주전 선배들 대부분 2군에 오래 버티다 성공한 사례들이 많다. (김)재환이 형, (박)건우 형 등이 2군, 교육리그 등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 군대에 갔다 온 뒤 성공을 했다”면서 “그런 사례들이 많았고 이를 보면서 버텼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혼자가 아닌 함께 걸으며 힘을 얻고 있는 이성곤의 미래가 어떨지는 앞으로도 상상을 해 볼 충분한 가치가 있을 듯 하다. /jhrae2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