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직업 안 해 본 사람은 모른다. 처음부터 10점 주는 경기는 오히려 편하게 본다. 접전 경기에 승부처 때는 심장이 쿵쾅거린다. 현장에 있는 감독들의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 못 할 것이다.”
염경엽 SK 감독은 25일 두산과 더블헤더 1차전 도중 덕아웃에서 쓰러졌다.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심신 쇠약 상태였다. 최근 연패, 성적 부진에 따른 스트레스는 작은 체구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넘어선 것.
김태룡 두산 단장은 이날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염 감독의 실신을 멀리서 보며 놀랐고, 천만다행인 병원 검진 결과를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태룡 단장도 과거 쓰러진 경험이 있다. 10년 전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큰 일을 겪었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혈압 수치는 매우 위험한 수준이었다. 이후 건강에 유의하며 정기적인 병원 검진을 받으며 관리하고 있다. 고혈압, 협심증, 부정맥 등 각종 스트레스성 병을 달고 있다.
단장 부임 후 한국시리즈 우승 3회, 준우승 3회를 달성한 김태룡 단장은 지금도 한 경기 승패에 따라 마음고생이 쌓인다. 그는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경기가 뒤집어지면 심장이 벌렁벌렁 한다. 이 직업을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감독 혼자서 모든 것을 감내하려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했나보다"라며 염경엽 감독의 건강을 걱정했다.
김태룡 단장은 최근 불펜 강화를 위해 '류지혁 트레이드'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두산이 손해보고, 상대팀에 유리한 트레이드라고 단장에게 비난 화살이 쏟아졌다. 그는 "예전부터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이제는 좀 무덤덤해진 편이다. 그래도 또 (댓글이나 욕설) 보면 확 올라온다”고 말했다. 병원 주치의로부터 "야구 일을 그만두면 혈압 등 병이 다 나을 것"이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듣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화 정민철 단장을 걱정했다. 김 단장은 "얼마 전에 정민철 한화 단장을 봤는데, 해설위원 할 때와는 얼굴 인상이 달라졌더라. 스트레스로 얼굴이 많이 상했다"고 걱정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숨기려고 해도 얼굴에 다 드러난다. 해설위원일 때 웃음기 넘치고 여전히 미남형이었던 정민철 단장은 단장 첫 해에 팀의 18연패, 한용덕 감독의 사퇴 등 힘든 일을 겪으면서 마음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염경엽 감독의 갑작스런 실신으로 성적 스트레스에 짓눌려 있는 야구인 모두가 경각심을 갖게 됐다. 건강 관리에 더욱 관심이 쏟아진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