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놀이 회의론’ 롯데의 이상이 무너진 이틀, 좌완 부재 절감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6.19 05: 44

롯데 투수 파트가 생각했던 이상이 와르르 무너졌던 이틀이었다.
롯데는 지난 18~19일, 고척 키움전에서 모두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18일 경기에서는 앞서던 상황에서 이정후에게 동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결국 이정후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기 2루타를 얻어맞았다. 19일 경기에서는 연장 10회 박정음에게 안타를 얻어맞은 뒤 올 시즌 안타가 한 개도 없었던 주효상에게 끝내기 2루타를 얻어맞으며 일격을 당했다. 모두 좌타자들을 극복하지 못하며 끝내기 충격패와 마주했다. 경기 중후반 기용할 수 있는 좌완 투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2경기였다. 
롯데는 올 시즌 투수진을 구성하고, 운영 전략을 짜면서 좌우놀이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구상이었다. 좌완 투수가 반드시 좌타자를 잘 잡을 수 있다는 명제에 의문을 품었다. 자질을 갖춘 우완 투수라도 좌타자를 충분히 잘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롯데 투수 파트의 구상이었다. 맹목적인 좌우놀이보다는 현재 팀 불펜진이 갖고 있는 특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짰다. 좌투수가 빈약하다는 현실도 고려했고 좌타자를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 우완 포크볼 투수들이 많다는 점도 고려했다. 

1회 롯데 허문회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jpnews@osen.co.kr

그래도 좌완 투수가 있으면 전략에 유연함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올해 롯데의 개막 엔트리에는 스프링캠프부터 기회를 꾸준히 부여받았던 정태승만이 유일한 좌완 투수로 포함됐다. 경험이 많은 고효준이 개막을 앞두고 가래톳 부상을 당하면서 좌완 불펜진에 대한 구상이 다소 흐트러졌다. 하지만 고효준은 뒤늦게 1군에 등록이 됐지만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50(4이닝 6자책점) 2피홈런을 기록하며 1군에서 제외됐다. 좌타자를 상대로도 피안타율 3할6푼4리를 기록했고 피홈런 2개도 모두 좌타자에게 맞았다. 
결국 롯데는 스프링캠프에서 구상했던 전략으로 돌아갔다. 고육지책의 성격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고비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구승민, 박진형의 필승조, 김원중 마무리까지 포크볼이 주무기였기에 좌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었다. 더불어 우완 박시영 역시 포크볼을 필두로 우타자(피안타율 0.464)보다 좌타자(0.111) 상대 강점이 있다는 데이터가 나오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키움전 2경기 모두 승리의 9부 능선을 넘기 직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좌투수의 필요성을 절감해야 했다. 17일 경기에서는 이미 필승조들을 소모한 상황이었고 18일 경기에서는 필승조들이 연투를 한 상황에서 좌타자에게 약한 오현택(피안타율 0.455)에게 연장 10회의 상황을 맡겼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좌투수 부재의 현실이 더욱 뼈저리게 와닿았다. 좌우놀이에 대한 회의론, 그리고 우투수도 좌타자를 잘 잡을 수 있다는 이상이 현실의 벽 앞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오던 좌투수 선수층 부재가 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이다. 트레이드 등의 선수 충원은 모든 구단들이 비슷한 상황이기에 쉽게 이뤄질 수 없는 구상이다. 기존에 있는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폼을 회복해 1군에 자리잡아 우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그래야 코칭스태프의 고민도 덜어진다.
고효준은 퓨처스에서도 띄엄띄엄 등판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 경기인 지난 17일 퓨처스 KIA전에서는 1이닝 3피안타 2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부진했다. 지난 2일 이후 보름 만의 등판이었지만 좋지 않았다. 또 다른 좌완 자원인 김유영은 선발로도 준비를 했고 좌타자는 물론 우타자도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는 경험을 지녔다. 5월 중순 경미한 어깨 이슈와 투구 밸런스 조정 문제로 등판을 쉬었지만 최근에는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일 상무전 1이닝 3실점 이후 3경기에서는 모두 실점 없이 등판을 마무리 지었다. 아울러 정태승은 퓨처스리그 7경기에서 실점 없이 실전을 치르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신인 좌완 박재민은 극심한 제구 난조 속에서 재조정 기간을 갖고 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롯데는 다시 한 번 좌투수 자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앞으로 롯데 불펜진을 휘감을 꾸준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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