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안방은 과연 여전히 불안한 것일까.
강민호(삼성)가 떠난 이후 롯데에 고질적으로 따라다녔던 포수 문제. 하지만 올 시즌 대다수의 사람들이 김준태, 정보근이 이끄는 롯데의 안방은 이전보다 안정이 됐다고 말한다. 다만, 포수 문제를 지적했던 여러 지표들의 수치는 안정권이라고 볼 수는 없다.
투수의 책임이지만 포수진의 수비 지표로도 언급되는 폭투 숫자에서 롯데는 20개로 리그 최다 2위를 기록 중이다. 경기 당 0.54개의 폭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리그 103개의 폭투를 범하며 경기 당 0.72개의 폭투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수치가 낮아졌지만 리그 전체적인 기록 순위는 썩 좋지 않다.

기본적으로 롯데 투수진의 주무기, 그리고 기본적인 투수들의 피치 디자인이 포크볼에 맞춰져 있다. 선발진의 박세웅, 불투수 최고참 송승준을 비롯해 필승조인 박진형, 구승민, 마무리 김원중까지 모두 포크볼이 ‘제 1변화구’다. 구종의 특성상 바운드되는 투구가 많기에 롯데 포수진은 기본적으로 폭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아울러, 외국인 선수 댄 스트레일리, 아드리안 샘슨도 무브먼트가 심한 구종들을 던지기에 포수진의 역할이 크고, 노경은도 체인지업이라는 포크볼과 비슷한 궤적의 구종을 던지는 투수다.
하지만 올해 롯데의 포수진은 이러한 위험수위로 최소한으로 낮추며 투수진을 이끌고 있다. 지난 시즌처럼 폭투로 인해 경기 흐름이 넘어가거나 결정적인 순간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많이 없다. 포크볼에 기본적인 대비를 하면서 포수로서 다른 상황들까지 대처해야 하는 이중고를 감내하면서 극복하고 있다.
지난 17일 고척 키움전, 3-2로 한 점차로 앞서던 8회말 롯데는 폭투가 빌미가 되어 동점을 허용했다. 필승조 박진형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선두타자 이정후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후속 김하성의 타석 때 박진형이 던진 포크볼을 포수 김준태가 블로킹하지 못하면서 무사 3루 위기에 처했다. 결국 김하성에게 동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하지만 동점을 허용한 뒤 김준태의 위기 관리가 빛을 발휘했다. 계속된 무사 1루에서 대타 박정음의 번트 타구가 파울 지역으로 떴다. 김준태는 앞선 상황의 트라우마에 굴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 펜스에 부딪히는 투혼까지 보이며 뜬공 타구를 잡아냈다. 이후 1루 주자 김하성이 2루로 태그업을 시도하자 정확한 2루 송구로 아웃까지 잡아냈다.
앞선 상황의 잔상 없이 김준태는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비록 경기는 9회말 이정후에게 끝내기 2루타를 얻어맞으며 3-4로 역전패를 당했지만 포수진의 집중력은 나무랄 곳이 없었다. 대량 실점으로 경기가 급격하게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을 방지했다.
현재 퓨처스리그로 내려가 있는 지성준 역시 팀 투수진의 특성상 허문회 감독이 강조하고 기준을 정한 수비 능력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팀의 투수진을 제대로 파악을 하고 난 뒤라면 언제든지 1군에 올라올 수 있다.
이전과 달리 포수진의 문제로 경기가 급격하게 기우는 경기들은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롯데 포수진은 눈에 보이는 기록 그 이상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감히 주장할 수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