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동님(맷 윌리엄스 감독의 애칭)의 인내에 응답하는 박찬호의 안타였다.
KIA 타이거즈 박찬호SMS 5월은 타율 2할7푼5리, 1홈런, 7타점, 17득점, 3도루를 기록했다. 우등성적은 아니지만 주전 유격수로 명함을 내밀만한 성적이었다. 명불허전의 수비력으로 한 몫 단단히 해냈다. 확실히 작년의 스윙보다는 훨씬 힘이 생겼고, 경험도 묻어났다.
6월들어 급전직하했다. 15일까지 40타수 2안타의 극심한 부진이었다. 안타가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였다. 6월 7일 잠실 두산전에서 7회 우중간 2루타를 때린 이후 안타 생산이 중단됐다. 16일 광주 NC전 두 타석까지 20타석 연속 무안타였다. 바가지 안타도 나오지 않았다. 공을 중심에 놓지 않고 따라다니는 스윙이었다.

타율은 2할8리까지 떨어졌다. 3-3이던 7회 선두타자로 나와 NC 임창민과 8구의 접전을 벌인 끝에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었다. 여러차례 파울을 만들어내는 승강기 끝에 빚어낸 안타였다.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스쳐갔다. 팀에게는 귀중한 선두타자 출루였고,역전 결승점으로 이어졌다. 볼넷 2개가 나왔고 3루까지 진출한 박찬호는 최형우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무안타 행진이 계속되자 박찬호를 보는 눈들이 싸늘해졌다. 볼넷도 고르지 않고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가 나가 맥없이 아웃되는 일이 많았다. 맷 윌리엄스 감독에게는 "주전 유격수를 하느라 지친 것이 아닌가"라는 취재진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그때마다 윌리엄스는 "수비로 해준 것이 많다"며 믿음을 보였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박찬호의 부진 이유와 극복 방법에 대해 윌리엄스 감독은 "수비는 대단히 좋다. 리그 최고수준이다. 공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공격이 부진한데 수비로 이어지지 않는다. 잘 버텨주고 있다. 오늘은 특타 훈련을 했다. 좋아질 것이다"고 신뢰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박찬호를 특별하게 생각한다. 활발하고 재기 넘치는 성격으로 가장 자신에게 다가서는 선수였다. 윌리엄스 감독에게 "Good afternoon' 영어 인사말을 종이에 써서 말을 걸기도 한다. "매일 영어로 인사를 하며 나에게 가장 장난을 많이 친다.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이다. 타격 부진이 깊어지자 가장 안타까워하는 이도 감독이었다.
박찬호는 이날 경기전 특타를 소화하며 극복 탈출에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타구가 제대로 맞지 않자 실망스러운 표정도 지었다. 옆에서 윌리엄스 감독은 그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대신 수비력을 칭찬하며 인내심을 보였다. 그제서야 무안타 행진을 깨고 6월 세 번째 안타가 나왔다. 훈훈한 브로맨스를 만들어가는 감독과 선수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