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연패 끊자 보문산 눈물바다, 사과문까지 쓴 한화의 '반성'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06.15 11: 02

한화가 극적으로 18연패를 끊은 날, 보문산도 울었다. 대전 야구장이 내려다 보이는 보문산 전망대에서 깃발을 흔들며 연패 탈출을 간절하게 응원한 한화 팬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한화는 13일 3회 우천 중단된 뒤 14일로 미뤄진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7-6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18연패 긴 터널에서 벗어났다. 지난 1985년 삼미가 기록한 KBO리그 역대 최다 18연패와 타이를 이루는 참사를 겪었지만 역대 최초 불명예까지 가진 않았다. 
9회말 2사 2,3루에서 노태형의 끝내기 안타로 한화가 18연패를 끊는 순간, 한화 선수단은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덕아웃을 뛰쳐나와 서로 부둥켜안으며 기뻐했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남서쪽으로 약 2km 거리에 위치한 보문산 전망대도 들썩였다. 보문산 전망대에 오르면 대전 구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야구장 전경도 또렷이 보인다. 

14일 오후 한화와 두산의 서스펜디드 경기가 열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youngrae@osen.co.kr

18연패에서 탈출한 한화 선수단이 기뻐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사진] KBSN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코로나바이러스로 무관중 경기가 치러지는 가운데 몇몇 팬들은 전망대에 올라 한화 경기를 보며 멀리서나마 응원을 보내고 있다. 한화 구단도 지난달 말 이곳에 ‘보문산 사서함(우체통)’을 설치, 팬들의 사연을 모아 경기 중 전광판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연패 기간에도 적잖은 팬들이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깃발을 흔들며 한화의 연패 탈출을 기원했다. 이날 연패 탈출 순간도 마찬가지. 한화 관계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여러 팬들이 보문산 전망대에서 응원했다. 연패를 끊자 눈물까지 흘리는 팬들도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실제 한화 팬들은 연패 기간 애정 어린 질타와 함께 따뜻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지지난 주말 대전 홈구장 입구에는 ‘힘내라 한화 이글스 선수단, 팬들도 끝까지 응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구단 몰래 걸렸다. 홈구장 인근 충무네거리에도 지난 주말 ‘한화 이글스 선수 여러분 힘내세요. 팬들은 포기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응원 현수막이 설치됐다. 
[사진] 한화 이글스 응원 현수막
포기하지 않는 팬들의 진심 어린 응원에 투혼을 발휘한 한화 선수단도 마침내 연패를 끊었다. 한화 구단은 18연패를 끊은 14일 모든 경기를 마친 뒤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임직원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단지 야구를 못한다는 이유로 구단 차원에서 공식 사과를 한 것은 지금껏 프로 스포츠에서 거의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사과문을 통해 한화 구단은 ‘그동안 부진으로 인해 팬 여러분께 죄송스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현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을 통감하며 빠른 시일 내 팀의 정상화를 위한 재정비와 쇄신 방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뼈를 깎는 각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남은 시즌 투혼을 불사르는 변화된 이글스가 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사진] 한화 이글스 공식 사과문
팬들을 향한 반성문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우리 팀을 위해 눈물까지 흘리는 팬들을 향해 어떻게든 사과하면서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 무관중 경기라 팬들과 직접적으로 만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사과문을 통해 팬들에 구단의 마음을 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심 어린 반성으로 구단 정상화를 약속한 한화가 앞으로 어떤 쇄신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