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신인 투수 이민호(19)이 거침없는 배짱투로 주목받고 있다.
이민호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투수로 나와 7이닝 동안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시즌 2승(1패) 평균자책점 1.16의 쾌속 질주다.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이었다. 6회 무사 1,2루 위기를 막아내면서 6피안타 7탈삼진 1사구의 깔끔한 투구 내용. 게다가 112구로 자신의 최다 투구 수도 경신했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후 “이민호가 극찬하고 싶은 만큼 완벽하게 7이닝을 잘 던져줬다”고 칭찬했다

그런데 이날 경기 후반 이민호는 가슴을 쓸어내린 장면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의 예의바른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1-1 동점인 7회초 2사 후, 이민호는 SK 정현과 승부하다 몸에 맞는 공을 던졌다. 이날 110번째 공이었다. 지친 이민호의 손에서 공이 약간 빠졌고, 공이 머리쪽으로 날아가자 정현은 고개를 숙이고 피하다가 헬멧을 맞았다. 정현은 빠른 볼인 줄 알고 움츠렸는데, 커브가 궤적을 그리며 공교롭게 헬멧을 강타했다. 느린 커브(118km)라 불행 중 다행이었다.
![[사진] SPOTV 중계화면](https://file.osen.co.kr/article/2020/06/11/202006112354774847_5ee2493b6ad49.png)
충격으로 헬멧이 벗겨진 채 정현은 잠깐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다가, 트레이너가 달려나와 몸 상태를 체크했다. 조금 후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정현 옆에는 이민호가 모자를 벗고 서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미안한 마음에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 내려온 것이다.
정현이 몸 상태를 수습하자, 최일언 투수코치가 나와 이민호를 마운드로 데려가면서 진정시켰다. 정현이 1루로 걸어나간 뒤, 이민호는 1루쪽을 향해 허리 굽혀 폴더 인사로 미안함을 정중하게 표현했다. 큰 사고가 아니라 천만다행이었다.
다소 놀랐을 이민호는 마운드에서 다시 집중, 2사 1루에서 노수광을 2구 만에 2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7회까지 책임졌다. 7회말 2사 후 라모스의 극적인 결승 투런 홈런이 터지면서, 이민호는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었다. 덕아웃에서 라모스의 홈런 타구를 확인하고서, 두 팔 벌려 기뻐하는 모습은 19세 청년의 귀여움을 보여줬다.
이민호는 경기 후 "팀이 승리해서 좋다. 선배들이 포기하지 않고 승리 투수를 만들어 주려고 노력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라모스의 홈런을 보면서 '됐다'라고 생각했다. 마운드를 내려오고 나서 승리 요건이 됐는데, 타자 형들에게 너무 고맙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유)강남이 형 리드대로 던지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형에게 너무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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