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많이 흔들더라고".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고졸신인투수 소형준(19) 이야기만 나오면 절로 얼굴이 환해진다. 팀이 연패 중이지만 매경기마다 커가는 모습이 여간 대견스러운 모양이다. 벌써부터 마운드에서 포수의 사인을 바꿔달라는 강심장도 보인다며 칭찬했다. '빅(Big)형준'의 가능성이 보이는 증거이다.
이 감독은 "지금 너무 잘하고 있다. 확 무너지지 않는다. 안타를 맞은 타자는 다음에는 잡기도 한다. 자신의 볼을 코너워크로 던질 수 있다. 투수는 이것이 중요하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부상없이 로테이션을 지키면 된다. 내년, 내후년 더 잘하기 위한 과정이다. 감독으로 성적도 바라지만 잘 커가는 모습이 더 좋다"고 말했다.

소형준은 개막 로테이션에 들어가 6경기에 등판했다. 4승2패, 평균자책점 5.35을 기록 중이다. 퀄리티스타트는 2회 작성했다. 두산을 상대로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기도 했다. 짜임새 좋은 두산에게 12이닝 2실점으로 강했다. 구위와 자세가 벌써부터 대형투수의 DNA를 보여주고 있다.
이 감독이 또 하나 주목한 것은 포수와의 사인 교환이었다. 고졸 신인에게 포수 장성우는 대선배이다. 사인을 내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관계이다. 그런데 최근 장성우의 사인을 바꿔달라는 제스처를 보내기 시작했다. '다른 구종 혹은 다른 코스로 던질게요'라는 뜻이다. 투수가 자신의 뜻을 포수에게 전달하는 소통방식이다.
이 감독은 "아무리 어려도 자기가 던지고 싶은 구종이 있다. (9일) KIA와의 경기에서는 머리를 많이 흔들더라. 일방적으로 포수사인을 따르기 보다는 자기 볼을 던져야 맞더라도 후회없고 경험이 된다. 그래야 투구가 는다. 투수코치가 얼마전 이 부분을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는 그냥 예스맨으로 가면 안된다. 나는 신인때 차마 고개를 흔들지 못하면 차라리 볼을 던졌다. 그러면 그 볼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 감독이 신인시절 해태의 주전포수는 거구의 장채근(현 홍익대 감독)이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는 안봐도 비디오이다. 머리 좋은 이 감독이 선택한 대안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