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다 바꿀까 생각도 했다”.
난파 직전인 한화의 새 선장이 된 최원호(47) 감독대행은 그야말로 거침없었다. 지난 8일 감독대행에 선임되자마자 무려 10명의 선수들을 한꺼번에 2군으로 보냈다. 30대 베테랑 선수들만 9명. 전례 없는 대규모 2군행 조치에 선수단은 동요했다. 외부에선 충격 요법이란 단어를 썼지만, 이마저도 식상하게 느껴질 만큼 이례적인 조치였다.
9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인터뷰에 나선 최원호 감독대행은 해설가 출신답게 달변이었다. 그는 “연패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정신적, 육체적 피로도가 높아진다. 1군에서 뛰던 선수들은 휴식이 필요했다. 개인적으로는 ‘다 바꿀까’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2군에서 신인 3명 포함 20대 선수들만 9명을 1군에 올렸다. 최원호 대행은 “한 번에 다 내려보낼 수 없기에 현재 컨디션이 안 좋은 선수 위주로 내려보냈다”며 “팀 분위기가 안 좋을 때는 기존 팀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하는 이슈 메이커가 필요하다. 경력자들은 이런 분위기를 빨리 감지하지만, 경력 없는 선수들은 이를 잘 감지하지 못한다. 새로운 선수들이 이슈 메이커로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한화는 1군 경험이 전무한 고졸 내야수 박정현과 외야수 최인호가 각각 2번 2루수, 3번 지명타자로 출장했다. 포수도 2군에서 올라온 박상언에게 맡겼다. 시즌 초반 2군에서 주전으로 뛰다 1군 콜업 후 출전 기회가 없었던 조한민도 유격수로 선발출전했다. 최인호와 조한민은 나란히 2안타 멀티히트를 치며 타격에서 가능성을 보여줬고, 박정현과 박상언은 수비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젊은 선수들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한화는 9일 경기도 롯데에 3-9로 졌다. 지난 1986년 창단 후 처음으로 15연패 불명예를 당했다. 7승24패(.226)로 압도적인 꼴찌이지만 아직 113경기가 남았다. 성적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지만 최원호 대행은 첫 날부터 젊은 선수 위주로 전면 리빌딩에 나선 모습이다.
최 대행은 “지금까지 기존 선수들로 다 졌다. 젊은 선수들이 나가서 지면 ‘여기가 퓨처스리그냐’라고 하실 것이다. 이러나 저라나 똑같이 욕 먹는다. 새로운 시도를 안 해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접근을 너무 조심스럽게 한다. 접근 자체가 안 된다. 안 좋으면 변화를 줘야 한다”며 “1군에서 성적을 포기하는 팀은 없다. 1% 확률이 지워지지 않는 이상 성적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1군이란 무대가 결과가 안 나면 과정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지만 과정이 필요하다면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행은 선수 기용에 있어서도 확고한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경력이 많은 사람이 우선권을 가지려면 어린 선수보다 실력이 좋아야 한다. 경험이 있어도 실력이 안 좋으면 쓸 수 없다. 실력 평가가 최소 비슷하거나 어린 선수가 좋으면 미래 가치가 높은 어린 선수를 써야 한다. 2군 선수들이 안 좋으면 다시 1군 선수를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실력이라면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며 실력우선주의를 강조했다.
불안정한 대행 신분이지만 최 대행은 여유가 있었다. “114경기를 맡았는데 100연패는 안 하지 않겠나. 언젠가는 이길 것이다”며 웃어보였다. 비록 데뷔전은 패했고, 한화 팀 역대 최다 15연패에 빠졌지만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며 한화의 변화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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