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이어 한용덕도 중도 하차, 한화는 '감독들의 무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06.08 07: 02

한화가 ‘감독들의 무덤’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또 다시 감독을 시즌 중 떠나보내며 씁쓸한 이별을 했다. 
한용덕 감독은 7일 대전 NC전 패배로 14연패를 당한 뒤 자진 사퇴했다. 3년 계약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시즌 도중 쓸쓸하게 떠났다. 한용덕 감독은 지난주 사퇴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후 정민철 단장과 면담 후 요청으로 발표됐지만 사퇴를 압박한 구단의 결정에 가깝다. 
지난 2017년 10월 한화와 3년 계약을 체결하며 친정팀 지휘봉을 잡은 한 감독은 젊은 선수 육성과 리빌딩을 위해 인내를 각오했다. 첫 해 예상을 뛰어넘는 3위로 돌풍을 일으키며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실패한 한화의 암흑기를 끊었다. 한화의 영웅이 된 한 감독이었지만 영광의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시상식에서 한화 한용덕 감독이 김성근 전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jpnews@osen.co.kr

이듬해 한화는 9위로 떨어지며 다시 익숙한 자리로 돌아왔다. 2018년 한화의 성공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지만 몇 가지 운이 따른 결과였다. 시즌 중 아시안게임 휴식기로 인해 불펜 야구를 하기 용이했고,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이 승부처에서 놀라운 클러치 능력을 보이며 타선 약점을 메웠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본 한화 전력은 하위권이었다. 총 득실점을 기반으로 한 피타고리안 승률은 8위에 불과했다. 이 같은 한화 전력의 민낯이 2019년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투타 붕괴 속에 9위로 내려앉았지만 지난겨울 전력 보강 없이 지나가며 맞이한 올해는 아예 10위로 추락했다. 
자진 사퇴를 결정한 한화 한용덕 감독이 경기장을 나선 후 차에 오르고 있다. / rumi@osen.co.kr
이제 겨우 30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시점이지만 한 감독은 결국 물러났다. 초반부터 구단 윗선의 코치진 변경 요청으로 현장 리더십이 흔들렸고, 14연패 늪에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자진 사퇴이지만 3년 계약 마지막 시즌을 보내고 있는 한 감독의 사퇴를 종용한 것이란 게 야구계 시각이다. 
한화는 전임 김성근 감독도 계약 마지막 시즌이었던 지난 2017년 5월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팀을 떠났다. 자진 사퇴로 최종 처리됐지만 구단과 깊은 갈등이 폭발한 결과였다. 3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한용덕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고질적으로 얇은 선수층과 부상 관리 실패, 전력 보강에 미온적인 구단 지원 속에 시즌 중 지휘봉을 빼앗겼다. 
2017년 5월 한화와 결별한 김성근 감독이 선수단과 인사를 마치고 경기장을 나가고 있다. /sunday@osen.co.kr
한화는 한국시리즈 최다 10회 우승에 빛나는 김응룡 감독과 야구의 신이라는 김성근 감독도 말년에 실패하며 명성에 흠집이 났다. 당대 최고 명장들이 연이어 실패하자 한화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한용덕 감독을 추대했지만 영광은 짧고 시련이 길었다. 14연패 치욕의 불명예 역사를 쓰며 또 한 명의 중도 하차 감독이 나왔다. 감독들의 무덤이 된 한화의 씁쓸한 현실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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