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한 윌리엄스 감독의 두 얼굴…화난 것 아닙니다 (동영상)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05.15 05: 36

야구 중계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감독들의 표정이다. 경기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감독들의 얼굴이 TV 중계화면에 클로즈업된다. 
메이저리그 출신 맷 윌리엄스(55) KIA 감독은 경기 중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팀이 앞서고 있을 때도, 뒤지고 있을 때도, 극적인 한 방이 터지거나 숨 막힐 것 같은 위기 상황에도 항상 무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강한 인상이다 보니 선수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할 것 같은 ‘무서운 감독’ 이미지가 강하다. 

KIA 윌리엄스 감독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 dreamer@osen.co.kr

하지만 KIA 관계자는 “감독님이 오신 후 흥분한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가 매일 이기는 상황이라면 즐거운 모습을 자주 보여줄 수 있겠지만 항상 그럴 수 없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크게 기뻐하거나 슬퍼할 이유 없다. 그저 우리 선수들이 항상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경기 중에는 표정 없이 몰입하지만 경기 전 훈련 때는 다르다. 웃는 얼굴로 선수들과 스킨십도 나눈다. 13일 대전 한화전에는 타격이 부진한 박찬호를 붙잡고 “파이팅”을 외치며 기를 불어넣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선수들과 매일 장난도 치고, 농담하면서 재미있게 지낸다. 선수들도 나를 ‘스키퍼(Skipper)’라고 부르면서 다가오려 한다”며 “선수들이 라인업 포함 여부에 따라 나를 부르는 게 다른 것 같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할 때도 다양한 제스처를 취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만든다. 
승리를 거둔 KIA 윌리엄스 감독 및 코칭스태프가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이제 개막 9경기를 치른 시즌 초반이지만 윌리엄스 감독의 야구 색깔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개막 9경기에서 선발투수들은 모두 95구 미만으로 투구수 관리를 철저히 하는 중이고, 야수는 잦은 교체보다 웬만하면 선발로 나간 선수들에게 최소 4타석 이상 보장한다. 
윌리엄스 감독은 “우리 선발투수들 모두 100구 이상 던질 몸 상태가 되어있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조절해주려 한다. 불펜투수도 경기 상황이나 투구수를 봐야겠지만 3연투 이상은 되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며 “대타와 대주자도 쓴다. 경기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필요할 때는 기민하게 움직인다. 13일 한화전은 4-3으로 리드한 9회말 1사 만루에서 정진호의 짧은 뜬공을 잡은 뒤 정확한 홈 송구로 동점 주자를 막은 나지완이 바로 문선재로 교체됐다. 윌리엄스 감독은 “동점이 되면 10회 선두타자가 나지완이었다. 1사에선 상황이 어떻게 될지 지켜봤다”며 “투아웃에는 수비 범위가 넓은 선수를 필드에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해 문선재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연장까지 생각하면서 아웃카운트마다 모든 상황을 대비했다.
8회초 무사 선두타자로 나선 KIA 나지완이 동점 좌월 솔로포를 날리고 윌리엄스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경기 개입을 많이 하지 않지만 승부처에는 발 빠르게 움직인다. 윌리엄스 감독 체제에서 2연속 1승2패 루징시리즈로 시작한 KIA는 주중 한화전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시즌 4승5패. 아직 곳곳에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특유의 포커페이스로 조금씩 팀에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