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집게 레슨에 예언까지’ 허문회 감독이 만드는 유쾌한 덕아웃 [오!쎈 부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5.09 06: 52

개막 이후 4경기에 불과하지만 롯데 자이언츠의 덕아웃 분위기는 이보다 유쾌하고 흥이 넘쳐날 수 있을까. 
롯데는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폭투로 9-8로 승리를 거두며 개막 4연승을 질주했다. 
이날 롯데는 SK의 집중력에 6회초에 돌입하기 전까지 1-6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6회말 전준우의 솔로포에 이어 이대호의 적시 2루타, 딕슨 마차도의 적시타로 4-6까지 추격했다. 7회초 다시 2점을 헌납하매 4-8까지 점수 차가 뒤졌지만 손아섭의 희생플라이와 이대호의 우중월 투런포로 7-8까지 따라붙었고 8회말 마차도의 동점 솔로포, 그리고 연장 10회말 1사 1,3루에서 끝내기 폭투가 나와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가 그대로 연출됐다. 1-6으로 뒤지던 상황에서도 덕아웃은 활기가 넘쳤고, SK에 다시 분위기를 내줬을 때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았다. 모두 허문회 감독이 만들어가는 롯데 덕아웃 분위기 때문이다.
허문회 감독은 선수들에게 선수들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에 신경을 쓰도록 강조했다. 실점을 하더라도 ‘상대가 잘한 것’이라는 마인드를 심어줬고,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부분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신경썼다. “실수를 아예 안할 수는 없다. 야구는 실수를 줄이는 운동이고 반복적인 운동이다”는 기본적인 철학을 스프링캠프부터 역설했다. 긴 시즌 동안 실수와 잘못했던 부분에 얽매이지 말고 선수들이 경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썼다. 
이러한 생각은 결국 선수단에 녹아들었고, 4경기 동안 롯데 덕아웃을 지배하는 분위기가 됐다. 이대호는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부분은 ‘우리 분위기만큼은 달라지지 말자’고 얘기를 하셨다.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분위기다. 좋지 않다고 인상을 쓰지 않는 것이다. 경기에서 질 수도 있다. 144경기 중 한 경기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한다. 안 좋은 것에 신경써서 하나에 빠지다보면 깊어지기 때문에 우리끼리 즐거운 야구를 하자고 하시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현재 덕아웃 분위기를 만들어 낸 배경을 전했다.
특히 8일 SK전에서는 경기 후반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도 허문회 감독은 선수들에게 농담 같은 예언(?)을 던지며 덕아웃 분위기를 앞장서서 풀었다. 이대호는 “감독님께서 경기 중에 장난삼아 ‘우리가 9-8로 이길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선수들 모두 ‘에이’ 하면서 감독님을 모두 쳐다봤다. 그런데 정말로 9-8로 이겼다. 감독님께서 신기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감독님께서 즐겁게 해주시니까 선수들도 위축되지 않고 편하게 야구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지난 7일 경기에서는 역전 3점포를 날린 손아섭을 향해 화장실에서 던진 ‘쪽집게 레슨’이 효과를 발휘했다. 손아섭은 “5회 타석 때 뜬공이 나온 뒤 화장실에서 우연히 감독님을 만났다. 감독님께서 ‘그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간다. 사람이니 당연하다. 다음 타석 때는 힘을 빼고 스윙을 해봐라’고 조언을 해주셨고 공교롭게도 다음 타석 때 홈런이 나왔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 허문회 감독은 자신만의 야구를 위해 감독으로서 격식을 타파하고 선수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그리고 오로지 야구에 신경쓰고 집중하고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허문회 감독이 만드는 롯데의 유쾌한 덕아웃은 올 시즌의 롯데를 완전히 다른 팀으로 탈바꿈 시켜놓고, 더 좋은 팀으로 나아가는 밑거름을 만들고 있다. /jhrae@osen.co.kr
롯데 허문회 감독이 민병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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