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중심 타자로 팀 공격력을 이끌어야 하는 구자욱이 드디어 홈런 스타트를 끊었다. 뒤늦게 터진 한 방이었지만 꽤 큰 의미가 담겨있다.
구자욱은 지난 2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홈경기에서 2-4로 뒤진 9회 선두 타자로 나와 KIA 소방수 문경찬을 상대로 3-4, 1점차로 턱밑 추격하는 우중월 홈런을 쏘아 올렸다. 문경찬의 1구째 직구(142km)를 힘껏 받아쳤고 우중간 펜스 밖으로 날려 버렸다. 비거리는 115m.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 홈런이다. 구자욱은 이날 경기 전까지 교류전 타율 1할5푼4리(13타수 2안타)에 불과했다. 가벼운 목 통증으로 자체 평가전에 나서지 않았던 터라 실전 감각이 다소 떨어져 있었다. 구자욱은 모처럼 손맛을 만끽하며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아쉽게도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지 못했지만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 충분했다.

팀 전체적으로 봐도 구자욱의 홈런은 중요하다. 올해 삼성의 장타력 측면에 있어 타 구단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편. 홈런이 능사는 아니라고 하지만 호쾌한 한 방은 경기 흐름을 한순간에 바꿔낼 수 있는 최고의 요소다. 홈런을 '야구의 꽃'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3년 연속 팀내 홈런 1위를 차지했던 다린 러프가 팀을 떠난 뒤 한 방을 터뜨릴 만한 인물이 필요했다. 팀 타선의 뇌관 역할을 맡은 구자욱의 한 방이 이러한 답답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구자욱의 한 방이 터지면서 타선 전체가 좋은 흐름을 타게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구자욱은 지난해 타율 2할6푼7리(475타수 127안타) 15홈런 71타점 66득점으로 1군 데뷔 후 가장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두 번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담금질에 돌입하는 등 명예 회복을 잔뜩 벼렸다. 가벼운 목 통증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뛸 준비를 시작했다. 구자욱 타임은 이제부터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