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 K리그 최초 시범경기...감독도 선수도 낯설었던 환경 그리고 얻은 희망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20.04.23 18: 1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K리그 최초로 진행된 시범경기는 감독과 선수들에게도 낯선 환경이었지만 또 다른 희망을 안겼다.
2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서 인천 유나이티드(1부리그)와 수원FC(2부리그)의 유의미한 시범경기가 열렸다. 올 시즌 K리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돼 겨울잠이 길어졌다. 이 달 들어 확진자 증가세가 수그러들면서 이번 경기가 추진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먼저 나섰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방침에 따라 구단 간 연습경기를 허용했다. 인천과 수원이 발 빠르게 움직인 끝에 사흘 만에 실전 같은 경기가 펼쳐졌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방역 체계를 확인하는 점검 무대인 만큼 모든 건 실전처럼 진행됐다. K리그 전임 심판진과 의료진이 투입됐다. 선수단은 구단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실전과 같은 동선을 택했다. 홈팀 인천은 방역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선수단, 미디어 등 경기장을 방문하는 구성원을 대상으로 체온 측정을 통해 발열 여부를 확인했다. 마스크 착용에 장갑까지 지급하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선수단과 미디어의 동선도 구분했다. 취재진은 입구서 기자석으로만 이동했다. 사전 인터뷰도 제한됐다. 경기 종료 뒤에만 실내가 아닌 그라운드서 취재가 허용됐다. 인터뷰는 미디어와 감독, 선수와 2M 이상 간격을 두고 진행됐다. 양 구단은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선수들의 물병을 개별적으로 구분했다. 인천은 병뚜껑에 등번호를 적었다. 수원은 물통 캐리어에 이름을 넣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들어서며 마스크와 장갑을 벗었다.
평상시와 판이하게 다른 프로세스는 이날 현장을 찾은 모든 축구 관계자들에게 낯선 환경이었다. 감독과 선수들에겐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김도균 수원 감독은 "경기장 입장부터 열을 체크하고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했는데 아직 지켜져야 할 것 같다”며 “선수들도 한 명이 감염되면 모두가 위험하다는 걸 인지하고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완섭 인천 감독은 “마스크를 쓰고 지시하는 게 답답하고 선수들의 얼굴을 보며 얘기해야 하지만 당연히 마스크를 써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여파가) 빨리 해소되어서 마스크를 벗고 지시하고 싶다”고 했다.
프로축구연맹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내달 초 K리그 개막을 논의할 예정이다. 무관중 경기로 치러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 인천 주장 김도혁은 "인천에서 뛸 때 관중이 많아야 행복한데 많이 아쉽다”면서도 "선수와 관중 모두 노력해서 빨리 호흡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밝은 미래를 기원했다.
수원 캡틴 이한샘은 "홈, 원정서 경기할 때 골대 뒤 서포터와 관중들의 환호성을 듣고 희열을 느끼는데 아쉽다”면서도 “우리는 프로선수이다. 티비 중계도 되기 때문에 팬들을 위해 좋은 퍼포먼스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완섭 감독은 “관중이 없어서 선수들이 섭섭할 것 같다. 인천 팬들의 응원을 못 받아 아쉽다”며 "무관중 출발도 환영하지만, 하루빨리 팬들과 함께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김도균 수원 감독은 "연맹의 정책을 따르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혹시나 하는 우려가 있다. 만에 하나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안되니 조심성을 갖고 개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엔 미디어 70여 명, 보건당국과 구단 직원들 50여 명 등 총 120 여 명이 찾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수원이 전반 28분 코너킥 문전 혼전 상황서 마사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인천을 1골 차로 돌려세웠다./dolyng@osen.co.kr
[사진]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