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10개 구단이 시즌을 무사히 완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류중일 LG 감독에 이어 염경엽 SK 감독도 코로나19로 인해 개막이 미뤄진 올 시즌에는 ‘팀당 144경기를 줄여달라’는 의견을 밝혔다. 두 감독만의 의견은 아니다. 다른 감독들도 5월 개막해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를 치른다면 선수들의 부상 등 향후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KBO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올 시즌 개막일을 확정하고 경기 수 등 시즌 운영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염 감독은 “144경기 그대로 유지한다면, 그에 맞게 시즌을 운영할 준비는 마쳤다. 솔직히 우리 팀은 전 포지션에서 백업 선수를 보강하고 대비했다”며 “지금 상황에서 144경기를 하는 것은 선수들의 부상, 경기 질 등 여러 문제가 생긴다. 야구가 더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5월 1일 개막해서 팀당 144경기를 치른다면, 한 경기도 우천취소가 되지 않는다면 10월 15일 시즌이 끝난다. 그러나 여름 장마 등을 고려하면 최소 열흘 이상 잔여 일정이 필요할 전망. 6개월을 더블헤더, 월요일 경기로 빠듯한 일정을 치른다면 선수들, 특히 투수들이 피로 누적이 심해진다. 염 감독은 “144경기를 한다면 올해 빽빽한 일정에 이어 내년에는 WBC, 올림픽이 있다. 투수들의 부상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더불어 경기 수준도 언급했다. KBO리그 운영에 관한 기사는 댓글까지 챙겨본다는 염 감독은 “팬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이 경기 수준이다. KBO리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기 질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144경기를 치른다면, 초반에 점수 차가 벌어지면 포기하는 경기들이 속출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시즌 막판이면 하위권팀들은 리빌딩을 명분으로 사실상 포기하는 경기가 많은데, 올 시즌은 선수들의 체력 보호를 위해 일찌감치 승부가 기우는 경기가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
류중일 감독도 앞서 “현장에서는 144경기 체제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우리는 선수 자원이 적다. 더블헤더, 월요일 경기를 하면 투수력에 문제가 있고 부상 우려도 생긴다. 경기 질이 떨어져 고급 야구를 보여주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144경기 체제에선, 만약에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는 구단은 사실상 시즌을 포기해야 한다. 확진자가 나오면 선수단은 2주 격리가 불가피한데, 144경기를 소화하려면 리그를 중단하기 어렵다. 결국 확진자가 나오는 구단은 2군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염 감독은 “10개 구단이 모두 시즌을 무사히 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기 수 축소를 부탁했다.
KBO가 144경기를 고수하려는 데는 중계권, 광고 등 마케팅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경기 수가 줄어든다면, 중계권과 메인 스폰서 등의 계약 금액을 일부 돌려줘야 할 수도 있다.
염 감독은 “KBO가 보유하고 있는 야구발전기금(약 470억원)을 사용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이 야구 위기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금을 모아놓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더불어 고통 분담과 국내 최고의 프로스포츠로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견도 조심스레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를 한다면 구단이 제일 피해를 본다. 선수단도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 강요할 순 없지만 야구계 전체가 뜻을 모아 사회의 어려운 곳을 위해 기부도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야구의 위상이 더 올라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연봉의 10%를 기부할 수 있다는 뜻을 보였다. (이미 염 감독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1000만원을 구단을 통해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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