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없는 경쟁’
롯데 허문회 감독의 야구진 구상은 기본적으로 경쟁을 통한 멀티 포지션 체제의 구축이다. 주인 없는 자리들을 한시적으로 채우려는 고육지책이 아닌, 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다.
롯데는 기본적으로 주전급 야수진은 탄탄하다. 민병헌, 이대호, 손아섭, 전준우, 안치홍, 외국인 선수 마차도까지. 다만, 이들을 뒷받침하고 변수의 상황을 대처할만한 야수진의 존재는 빈약하다. 롯데가 고질적으로 안고 왔던 문제이기도 하다.
![[사진] 김민수-추재현 / OSEN DB, 롯데 자이언츠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0/04/14/202004140106772076_5e948ff624581.jpg)
다만, 최근에는 기존 야수진에 성장하는 유망주들, 새롭게 합류한 자원들까지 더해지면서 비교적 경쟁력 있는 야수진을 구축했다. 허문회 감독은 일단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편견 없이 지켜보면서 섣부르게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러한 허 감독의 성향이 더해지며 1군 야수진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핫코너인 3루 자리와 외야진의 경우 경쟁 분위기가 이전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3루 자리의 경우 신본기와 한동희의 싸움에서 최근 김민수가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경쟁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신본기의 경우 3루 자리는 물론 내야 전포지션에서 활용도가 높은 선수. 1군 엔트리에 필히 존재해야 하는 선수다. 청백전에서의 타격감도 그리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1군 경험도 풍부하기에 3루 경쟁에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았다. 한동희는 구단의 1차 지명 선수의 기대치를 갖고 있다. 한동희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구단은 믿고 있다. 1군 엔트리 한 자리, 나아가 3루 포지션에 못 박아두고 전략적으로 육성할 가치도 품고 있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은 3루 자리를 여전히 경쟁 체제로 유지하고 있다. 신본기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고 한동희는 주춤하는 최근의 모습. 그 사이에 김민수가 청백전에서 3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는 등 타격에서 잠재력을 내뿜고 있다. 군 복무를 해결하고 타격 자세를 바꾸는 등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며 주전 3루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수비 역시 최근 안정감 있게 버텨내고 있다.
외야진은 민병헌, 손아섭이라는 두 선수의 존재가 굳건하다. 나머지 한 자리, 그리고 외야 백업 자리가 관건이다. 현재 전준우는 외야와 1루를 병행하고 있지만 외야수 출전 빈도가 더 높아졌다. 다시 외야 경쟁도 치열해졌다. 그동안 1군 청백전을 소화한 백업급 외야 자원은 허일, 강로한, 김재유가 있다. 허일은 타격 능력, 김재유는 주루 능력에 초점이 맞춰진 선수. 강로한은 지난 비시즌 구단의 전략적인 판단으로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을 했고, 외야수로 무리 없이 적응하고 있다. 성장세도 유지하고 있는 상황.
그런데 키움과의 트레이드로 합류한 추재현까지 대열에 합류했다. 추재현은 합류와 동시에 1군 청백전에 선발 출장하더니 지난 10일 야간 청백전에서는 2루타와 결승타 등 멀티히트로 존재감을 뽐냈다. 성민규 단장이 지휘하는 프런트에서 추재현의 컨택과 출루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한 상황. 더불어 키움에서 허문회 감독의 철학을 체험한 바 있다. 일단 허 감독은 1군에서 추재현을 좀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김민수와 추재현의 약진은 곧 선수단의 활용폭을 더욱 넓히게 만든다. 허문회 감독이 구상하는 멀티포지션도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김민수가 3루에 자리 잡을 경우 신본기가 내야 다른 포지션을 뒷받침할 수 있고 한동희는 1루를 병행하며 이대호와 정훈 등 베테랑 1루 자원들의 체력을 안배할 수 있다. 추재현이 더해진 외야진 역시 경쟁이 가속화되며 전준우를 1루수로 활용하면서 공격력의 극대화를 노려볼 수 있다. 강로한과 허일 등은 스페셜리스트로 벤치를 강화시킬 수 있다.
시즌 개막이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허문회 감독은 선수단의 경쟁을 꾸준히 부추기고 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결정을 하지 않고 지켜보며 시즌 때 베스트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선수를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러한 허 감독의 철학이 선수단의 건전한 경쟁의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