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연기→배달 대행’ 마이너리거 “3시간에 62달러, 괜찮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0.03.15 12: 12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는 모두 스톱됐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가 중단됐고, 개막은 연기됐다. 당장 수입이 사라진 마이너리거는 타격이 크다.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에 나선 한 마이너리거는 “3시간 동안 62달러를 벌었다. 나쁘지 않네”라고 SNS에 남긴 트윗으로 화제다. 피터 바이어(26)는 오클랜드 산하 마이너리그 투수다. 지난해 하이싱글A에서 37경기에 등판, 1승 1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고 올해는 더블A 승격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바이어의 사연을 자세히 소개했다. 지난 13일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모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캠프가 멈췄다. 바이어는 그날 밤 자신의 흰색 메르세데스 C300(10만 마일 이상을 달린 중고차로 구입)에 타고서 배달대행 앱(도어 대시)을 열었다. 이후 붐비는 식당에 들러 배달 주문을 받아서 고객에게 배달해줬다. 그는 14일 “3시간 동안 62달러를 벌었다. 나쁘지 않네”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사진] 스포츠일러스트레이드티드 홈페이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감염을 우려해 스프링캠프가 멈췄는데, 바이어는 생계를 위해 코로나19 감염을 무릅쓰고 배달 대행에 나선 것이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한다.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자신의 트윗이 화제가 되자 "마이너리거 급여를 불평하려고 트윗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되고, 만일에 대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부분 열악한 보수를 받는 마이너리거들은 야구 외의 다른 일로 벌이를 충당한다. 2018년 바이어는 오클랜드 마이너리그 하이싱글A 팀으로 트레이드됐다.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마이너리그 시즌 동안 월 1500달러(세전)를 받았다. 바이어는 “클럽하우스 비용 200달러를 매달 내야 했고, 세금을 제하고 1년 동안 6200달러(755만원)를 받았다”고 했다. 이 돈으로 주택, 음식, 자동차대출, 대학생 대출 등을 감당할 수가 없다. 바이어는 비시즌 동안에는 야구 코칭으로 돈을 벌었다. 덴버 외곽의 집 근처에 있는 실내야구장에서 일하면서 받는 돈으로 생활비에 보탠다. (샌프란시스코 소속 마이너리그 투수 타일러 시어(26)는 지난해 더블A와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마친 뒤 1년간 급여명세서를 공개했다. 총 1만 275달러를 받았지만 각종 세금을 제한 뒤 8216.58달러(약 983만원)였다)
지난 2월 중순, 바이어는 애리조나주 메사의 오클랜드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마이너리그 시즌 때 생활비를 미리 마련하기 위해 배달대행 앱에 가입했다. 처음에는 ‘우버’도 생각했으나, 코로나19로 배달대행을 선택했다고. 
일주일에 3~4일, 그가 피칭을 하지 않은 날에 배달대행 일을 했다. 야구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저녁에 2~3시간만 했다. 콜이 많은 날에는 시간당 20달러 이상 벌고, 시원찮으면 시간당 14달러 정도 벌었다. SI는 “바이어가 3시간 일하고 번 65달러는 오클랜드가 지난 8월 이후 바이어에게 지불한 금액보다 많다”고 마이너리거의 현실을 꼬집었다. 
탬파베이에서 오클랜드로 트레이드된 것이 스프링캠프 기간 바이어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는 “160만 명이 모여있는 피닉스에 있는 것은 행운이다. (인구가 적은 탬파베이의 스프링캠프지) 플로리다 포트샬럿이었다면 배달 콜을 많이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만족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배달대행은 더 인기다. 바이어는 자신의 차에 손 소독제를 보관하며 배달 전후로 소독하고, 고객에 음식을 전달할 때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문앞에서 건네준다. 그는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어는 시즌이 시작되면 배달 대행은 그만둘 계획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언제 시즌이 시작될지 모른다. 마이너리그는 4월 10일 개막이 예정돼 있었으나 2주 이상 연기됐다. 오클랜드 구단은 마이너리거들에게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집으로 돌아가라고 전달했다. 바이어도 곧 덴버 집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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