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 감독-1군 매니저, 유쾌한 ‘홈런’ 내기로 캠프 피날레 [오!쎈 플로리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3.14 17: 02

기나 긴 스프링캠프의 마지막을 장식한 유쾌한 피날레였다. 
14일(이하 한국시간), KIA는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의 마지막 연습경기를 치르고 스프링캠프를 마무리 지었다. 
고된 스프링캠프 일정이 막바지였지만 캠프의 분위기는 유쾌했다. 그리고 캠프 마지막 스트레칭을 앞두고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다. 윌리엄스 감독과 1군 선수단 살림을 책임지는 배경수 매니저의 ‘홈런더비’ 내기였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이 배경수 1군 매니저와 포옹하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과 매니저는 이날 홈런더비 커피 내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 dreamer@osen.co.kr

‘홈런더비’ 내기의 내용은 이렇다. 배경수 매니저가 10개의 배팅볼을 받아쳐 1개라도 담장을 넘기면 윌리엄스 감독이 선수단 전원에 커피를 쏘기로 한 것. 그리고 배 매니저가 홈런을 하나도 못 치게 되면 광주로 돌아간 뒤 하루 간의 투어를 배 매니저의 ‘사비’로 챙기기로 했다. 
내기가 이뤄진 배경에는 배 매니저의 연습경기 도중 윌리엄스 감독에게 건넨 농담이 결정적이었다. 구단 관계자에 의하면 “평소에도 윌리엄스 감독과 친하게 지내는 배경수 매니저가 연습경기 도중 윌리엄스 감독님에게 ‘다음 타자는 제가 준비하면 되냐’고 말을 건넸고, 이에 나중에 한 번 홈런더비를 해보자고 제안을 해서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당초 윌리엄스 감독과의 1대1 홈런더비로 판을 키워보려고 했지만 윌리엄스 감독이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표명하면서 배 매니저의 단독 홈런더비로 최종 결정됐다. 참고로 윌리엄스 감독은 현역시절 통산 17시즌 1866경기 타율 2할6푼8리 378홈런 1218타점을 기록한 메이저리그 강타자 출신이다. 
결전의 당일 윌리엄스 감독은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반면 2008년 KIA에 육성선수로 입단했고 이후 아마추어 지도자 경험도 있는 ‘선수 출신’ 배 매니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 타자들의 프리배팅 시간이 끝난 뒤 특타를 진행하며 타격감을 조율하기도 했다. 
윌리엄스 감독이 웃으며 배 매니저의 타격 연습을 지켜봤다. 반면 마크 위더마이어 벤치코치는 쉴 새 없이 “유 캔 두잇!(You can do it!)”을 외치며 배 매니저를 독려했다. 스트레칭을 하기 위해 등장한 주장 양현종을 비롯한 선수단 모두 잠시 배경수 매니저가 서 있는 배팅 케이지 쪽에 시선을 집중했다. 
이현곤 코치가 배팅볼 투수로 나선 가운데, 내기는 비교적 싱겁게 끝나는 듯했다. 첫 6개의 타구가 라인드라이브로 내야를 겨우 넘거나 빗맞은 타구가 나온 것. 하지만 일곱 번째 타구는 달랐다. 배 매니저의 방망이에 제대로 찍힌 타구는 경쾌한 타격음을 내면서 외야를 향해 날아갔다. 지켜보던 선수들 모두 감탄을 내질렀고 타구는 쭉쭉 뻗어갔다. 하지만 아깝게 좌측 담장 상단을 맞고 떨어지는 타구가 됐다. 선수들의 감탄사는 탄식으로 바뀌었다. 윌리엄스 감독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듯했다. 
이후 여덟 번째 타구는 담장을 넘어갔지만 좌측 폴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파울이었다. 결국 남은 2개의 배팅볼의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윌리엄스 감독이 내기에서 승리하면서 배경수 매니저의 ‘사비 관광’이 확정됐다. 
내기가 끝난 뒤 윌리엄스 감독은 박수를 치면서 배 매니저를 격려했고 이후 ‘찐한’ 포옹을 나누며 유쾌한 홈런더비 내기를 마무리 지었다. 선수들도 캠프 마지막 날 잠시나마 웃으면서 한숨 여유를 돌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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