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막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스프링트레이닝 중단 및 정규시즌 개막 최소 2주 연기를 발표했다.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메이저리그도 잠식시켰다. NBA(미국프로농구),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MLS(미국프로축구), NCAA(미국대학농구) 등 진행중이던 혹은 개최 예정이던 스포츠 이벤트들이 모두 열리지 않게 됐다. 선수들도, 팬들도 이제 필드에 발을 디디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날 포트마이어스 인근 메이저리그 스프링트레이닝 경기장은 북적거려야 했지만 모두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선수들을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았던 팬들도, 선수들도 모두 보이지 않았다. 고요했고 적막감만 흘렀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스프링트레이닝 훈련장인 젯블루 스타디움은 주차장 입구부터 구단 관계자 외 일반인들의 출입을 완전 차단했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훈련장 센추리 스포츠링크 스포츠컴플렉스의 경우 인근 주차장까지 진입은 가능했지만 야구장의 문은 굳게 닫혔다. 구단 관련 굿즈들을 판매하는 팀스토어 역시 열지 않았다. 몇몇 팬들 만이 야구장 인근을 배회하며 시범경기가 열리지 않는 아쉬움을 쓸쓸하게 달랬다.
해몬드 스타디움의 구장 관리 관계자는 텅 빈 훈련장을 바라보다 취재진을 향해 “이렇게 조용한 적이 있었나 싶다. 매우 조용하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짐작하게 했다. 이어 “Crazy”라고 외치며 시범경기가 열리지 않는 현 상황이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미 시범경기가 취소됐고 최소 2주 연기라고는 했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개막마저 기약할 수 없다. 일단 구단들은 선수들에게 야구장을 개방해 훈련을 실시할 전망이지만 이 마저도 확실한 계획은 아니다.
김광현의 소속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경우 훈련장인 주피터 로저딘 스타디움에 모여서 미팅을 진행한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전날 조치가 발표됐고 이날 오전 선수들의 의견을 들을 전망이다. 이후 훈련은 진행하지 않는다. 구단은 향후 선수들이 며칠동안 운동하는 모습을 바라고 있다”면서 “존 모젤리악 사장은 1995년 파업으로 인해 실시한 소규모 스프링트레이닝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MLB네트워크'의 존 헤이먼은 "구단들은 이번 주말 미디어에 훈련장을 개방하지 않을 예정이다. 대신 컨퍼런스 콜(전화 인터뷰) 형식을 미디어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고 전했다.
토론토 마크 샤피로 사장은 이날 오전 더니든 TD볼파크 밖에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구단 직원들과 선수들에게 가장 최선의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면서 "우리 역시 답을 당장 알 수 없다. 캠프 중단과 시즌 연기 소식에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매우 슬펐다”면서 “당장 많은 답을 내릴 수 없다. 향후 72시간 동안만 상황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일단 일요일 아침(16일)에는 선수들이 선택적으로 운동을 할 것이다. 그 다음날 다음 단계를 논의하기 위해 선수들과 다시 만날 것이다”며 선수들의 일정에 대해 언급했고, “블루제이스 구단보다 더 큰 우려가 되는 상황이 있다. 우리 모두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고 헤쳐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 공동체와 인류에 더 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족들이 걱정되는 선수들도 있다. 그럴 경우 선수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