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준비가 잘 되고 있다. 연습 경기 성적은 신경 쓰지 않는다.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끝판대장' 오승환(삼성)이 차근차근 올 시즌을 잘 준비하고 있다. 1월 3일 일본 오키나와로 건너가 개인 훈련을 소화한 오승환은 캠프에서 불펜 피칭과 라이브 피칭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고 중간 점검 차원에서 자체 평가전과 연습 경기에 등판해 1이닝씩 소화했다.
캠프에서 만난 오승환은 "계획대로 준비가 잘 되고 있다. 연습 경기 성적은 신경 쓰지 않는다.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KBO는 3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고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했다. 오는 28일 예정된 개막전을 1주일 연기 검토하기로 하고 오는 10일 이사회를 거쳐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개막이 최소 1주일 이상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선수들은 컨디션 및 실전 감각 조절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이에 오승환은 "선수들은 상황에 맞게끔 컨디션을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 시범경기가 취소되고 개막이 연기되는 게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처음 겪는 일이다. 다들 어수선하고 혼란스럽겠지만 다 같은 상황이기에 하던 대로 준비 잘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대답했다.
오승환 하면 무뚝뚝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언제나 무표정하게 마운드를 지키며 '통곡의 벽'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그랬던 오승환이 확 달라졌다. 예전과는 달리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하다. 삼성 팬들은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훈련하는 오승환의 사진이 공개된 뒤 "오승환이 박장대소한다", "웃음이 헤퍼졌다" 등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나는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까지 비칠 건 아니다. 훈련할 때 만큼은 경기 상황처럼 (무뚝뚝하게) 할 필요는 없다". 오승환의 말이다.

삼성은 오승환이 가세하면서 전력 상승효과 뿐만 아니라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해주는 멘토 역할까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오승환은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자칫하면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노하우 전수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동료들과 가볍게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수준이다. 나는 선수지 코치가 아니다. 그렇게 비치면 안된다".
오승환은 또 "제 한 마디가 정답처럼 여겨질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연차에 상관없이 다 같은 프로 선수다. 아마추어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오기까지 분명히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다고 본다. 이제 더 이상 아마추어 선수가 아니다. 자신만의 무언가를 지켜가면서 다른 선수들의 좋은 부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해야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뜯어고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기 것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로야구 출범과 궤를 같이해온 1982년 황금세대. 국제 대회와 해외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고 리그 흥행을 이끈 스타로 발돋움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어느덧 불혹을 앞둔 나이가 됐지만 존재감은 녹슬지 않았다. 오승환에게 지금 야구 인생은 몇 회쯤 와 있냐고 물었다. 그는 "항상 9회다. 끝이라는 의미에서의 9회가 아니다. 데뷔 첫해부터 마무리 투수로 뛴 만큼 예나 지금이나 9회가 아닐까 싶다"고 대답했다.
동갑내기 투수 손승락의 은퇴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오승환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도 실감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손)승락이와 만나게 된다면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가 없는지 한번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한미일 3개 리그에서 함께 뛰었던 이대호(롯데)와 다시 만나게 된 그는 "이대호는 이대호다. 올 시즌 분명히 잘할 것"이라며 "친구와 3개 리그에서 함께 할 수 있을까"라고 보통 인연이 아니라고 여겼다.
6년간 해외 무대에서 뛰었던 오승환은 한국 음식을 그리워했다. 오키나와 캠프 첫날 저녁 식사할 때 김치, 된장찌개 등 한식 메뉴가 나왔을 때 기분이 아주 묘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항상 쉬는 날이 되어야 한식당을 찾아가야 김치, 된장찌개 등 한식을 먹을 수 있었다. 캠프 첫날 한식 메뉴가 나왔을때 기분이 묘했다".
'싱글남' 오승환의 요리 실력이 궁금했다. 그는 "기본적인 한식 메뉴는 가능한 수준이고 직접 만들어 먹는 걸 아주 좋아한다. 마트 가는 걸 좋아하는데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직접 장 봐서 그때그때 만들어 먹는다"고 대답했다.
삼성은 4년 연속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그래서 일까. 오승환은 승리에 목마른 팬들을 위해 무조건 많이 이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른 거 없이 무조건 많이 이기는 게 목표다. 팀 승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붓겠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