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회 감독의 롯데가 구상하는 타순이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통해 대략적으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강한 2번의 전준우, 연결고리의 5번 안치홍이라는 타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는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에서 막바지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호주프로야구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와 연습경기를 통해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허문회 감독의 머릿속에 있는 타순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리그 최하위 수준의 타격 생산성을 만회하기 위해 최적의 조합을 찾는 과정. 일단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 자체 청백전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허문회 감독의 타순 구성에서 큰 폭의 변화는 없다. 구상했던 타순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일단 타선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한 2번 타자’로 전준우를 활용하고 있다. 전준우는 4차례 연습경기, 1번의 자체 청백전에서 모두 2번에 포진했다. 강력한 타선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생산력 좋은 타자를 상위 타선, 특히 2번 타순에 포진시켜야 한다는 이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 강한 2번 타자의 효용성은 트렌드를 넘어 데이터를 통해서 증명되고 있다.
전준우는 현재 롯데 선수 구성에서 ‘강한 2번 타자’에 딱 들어맞는 선수다. 지난해 공인구 반발력 저하에도 불구하고 타율 3할1리 22홈런 83타점 OPS 0.840으로 변하지 않는 공격력을 보여줬다. 또한 최근 3년 간 팀 내에서 가장 좋은 생산력을 보여줬다. 2017년부터 3년 간 타율 3할2푼1리 73홈런 242타점 OPS 0.904를 기록했다. 이 기간 팀 내 타율, OPS 1위, 홈런 2위다. 여기에 평균 이상의 주루플레이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허문회 감독은 2번 타순에서 상대 마운드를 초반부터 압박할 수 있는 위압감을 지녔다고 판단했고 2번 타순에서 실험하며 이를 실행으로 옮기고 있다.
전준우의 2번 타순이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동안 1번, 3번 타순으로 출장했기 때문, 최근 3년 간 1번에서 817타석, 3번에서 628타석에 들어섰지만 2번 타순에서는 단 6타석에만 들어섰다. 전준우를 강한 2번으로 배치한 것은 허문회 감독이 구상하는 타순의 첫 번째 실험이다.
그리고 중심타선과 하위 타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5번 타자로 안치홍을 적임자로 생각하고 실험하고 있다. 안치홍은 4차례 평가전 중 3차례 평가전에서 5번 타순에 배치됐다. 상위 타순에서 차려진 밥상을 해결하고 때로는 출루 능력을 바탕으로 기회를 이어가야 하는 자리다. 적절한 6번 타순의 선수만 찾을 수 있다면 빅이닝의 발판이 될 수 있는 타순이다.
안치홍 역시 시즌의 목표 중 하나로 ‘연결고리 역할’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생산력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안치홍은 장타력과 클러치 능력, 출루 능력을 고루 겸비해 역할을 해낼 역량도 갖고 있다. 최근 3년 간 3번 타순(443타석) 다음으로 가장 많이 출장한 타순이 5번 타순(388타석)이기도 하다. 안치홍에게는 익숙한 자리다.
전준우 2번, 안치홍 5번 외에도 리드오프 민병헌-3번 손아섭, 7번 마차도 등을 테스트하고 있다. 허문회 감독은 확실한 조합을 찾기 위한 테스트 기간을 정규시즌 초반까지로 길게 잡고 있다. 과연 꼴찌에 머문 롯데 타선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최적의 타순 조합은 어떻게 짜여지게 될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