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오스카!" 봉준호→곽신애, 직접 밝힌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소회 (종합)[일문일답]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0.02.10 19: 32

"땡큐 아카데미(Thank you ACADEMY)!".
영화 '기생충'이 '제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광인 작품상을 수상하며 4관왕을 기록한 가운데, 작품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과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가 무대 뒤에서 남다른 감회를 털어놨다. 
9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제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 영화 '기생충(PARASITE)'이 각본상을 시작으로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그리고 작품상까지 수상하는 4관왕의 쾌거를 이뤘다.

[사진=버라이어티 유튜브, 오스카 공식 트위터 출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다. 사진은 봉준호 감독과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대표, 한진원 작가가 통역사 최재성의 도움 아래 외신들과 무대 위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시상식이 끝난 뒤,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무대 뒤에서 진행되는 '땡큐 캠(Thank You Cam)' 앞에 섰다. '땡큐 캠'은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들을 위한 비하인드 인터뷰로, 트로피를 들고 내려온 수상자들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줬다. 
먼저 봉준호 감독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수상의 설렘과 기쁨을 드러냈다. 실제 그는 각본상과 국제장편영화상까지 들뜬 기분으로 수상한 그는 감독상과 작품상 수상 때에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보였던 터다. 이에 그는 '땡큐 캠'에서도 "오늘 밤은 정말 고맙고 믿기지 않는다. 믿을 수 없는 날이다"라며 웃었다. 그는 "엄청난 영광"이라며 거듭 강조한 뒤 "깨어나면 이게 꿈일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모든 게 초현실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 오스카 트로피들이 어디 갔나"라며 트로피를 찾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뒤이어 봉준호 감독은 곽신애 대표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곽신애 대표는 "땡큐 아카데미"라며 웃은 뒤 차분하게 수상 소감을 이어갔다. 앞서 시상식 무대에서 "말을 잃었다"고 울컥하면서도 '기생충'의 수상에 대해 "시대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던 그는 한번 더 '기생충'의 수상이 영화사적 의의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아까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이 선택은 굉장히 영화의 진정한 가치와 힘을 믿는 사람들 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나 존경스럽다. 그래서 더 감사드린다"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과 곽신애 대표의 뒤로는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이정은, 박소담, 최우식 등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들과 봉준호 감독과 함께 각본상을 수상한 한진원 작가를 비롯해 '기생충'의 국내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이미경 부회장 등 영화 스태프들이 줄지어 등장해 시선을 모았다. 이 가운데 이정은과 박소담은 '땡큐 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입맞춤을 보내며 수상의 기쁨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아카데미 공식 트위터] 영화 '기생충'이 '제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 4관왕을 차지한 가운데, 오스카 '땡큐 캠'에서 봉준호 감독과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가 소감을 밝혔다. 사진은 아카데미 측이 공개한 '땡큐 캠' 영상 일부.
'땡큐 캠'에 이어 외신들과 함께 한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도 봉준호 감독과 곽신애 대표는 각별한 소회를 드러냈다. 먼저 봉준호 감독은 "제가 원래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평소 하던 대로 했었고, 한진원 공동 작가와 평소 하던 대로 했는데 놀라운 결과가 있어서 아직도 얼떨떨하다. 뭔가 꿈에서 깰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그는 "전 작품이었던 '옥자’라는 작품은 한국과 미국의 합쳐진 프로덕션이었는데, 순전히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 찬 '기생충’으로 여러 나라에서 반응을 얻으면서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을 들여다보면서 주변에 있는 것들로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을 좋아하는데 감독상 못 받으실 때 '왜 못 받으시지?'라고 생각하다가 '디파티드’로 받으실 때 환호했다. 같이 노미네이트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고 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제가 골든글러브 때도 '1인치 장벽'에 대해 말했는데 때늦은 소감 같았다. 이미 장벽들이 무너진 상태였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을 통해서 우리 모두가 연결되고 있다. 외국어가 상을 받는 게 장벽이나 '사건'으로 취급되지도 않고 모든 게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곽신애 대표는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후보가 된 것도 처음이고 1개 부문 트로피만 가져가도 기록적인데 개수로는 6개, 4개 부문 상을 받아서 도착했을 때 한국 분위기가 어떨지 상상을 못 하겠다. 그런데 저는 그보다도 제가 상상을 해본 적은 있다. 작품상을 받을 수 있을지. 그렇게 되려면 투표를 해야 한다는 건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에 어떤 자극이나 영향을 미치는 시작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이 가운데 봉준호 감독은 자신에게 영향을 준 아시아 영화감독들을 열거하기도 했다. 영화 '하녀'를 만든 김기영 감독, 일본의 이마무라 쇼헤이와 기요시 구로사와를 비롯해 중국의 허우 샤오시엔과 에드워드 양 등의 작품을 인상 깊게 봐왔다는 것. 특히 그는 "어제는 룰루 왕 감독의 작품이 제일 좋았다"며 "모르겠다. 아시나, 유럽, 미국 같이 경계나 구획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각각의 작품이 가진 매력과 호소력이 있다면 뭔가를 구분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어서 영화의 아름다움 자체를 추구하는 게 의미 있는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그는 "다 계획이 있다"고 '기생충' 속 명대사를 인용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일을 해야 한다. 이건 내 일이다. 20년간 일을 했고, 상 받기 전에 이미 준비하던 게 2개 있다. 이 상으로 내 인생이나 모멘텀이 바뀌는 건 없다. 한국 영화랑 영어 영화 2개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는 '기생충'의 외신 인터뷰 통역을 함께 한 최성재 씨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그의 유려한 통역이 해외에서도 화제를 모았기 때문. 이와 관련 봉준호 감독은 "최성재 씨가 이미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있다. 그의 대본에 호기심이 있고 사실 장편 시나리오를 쓴다면 매우 관심 있게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진=아카데미 공식 홈페이지 출처] 영화 '기생충'이 '제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 4관왕을 차지한 가운데, 오스카 '땡큐 캠'에서 봉준호 감독과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가 소감을 밝혔다. 사진은 아카데미 측이 공개한 '땡큐 캠' 영상 일부.
'기생충'이 4관왕을 차지한 '아카데미'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매년 주최하는 시상식으로 '오스카 상'으로도 불린다. 1929년 제1회 시상식을 시작해 올해로 92회를 받았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LA에서 일주일 이상 개봉한 작품들을 대상으로 약 90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직접 투표해 수상작을 결정한다.
AMPAS의 한국인 회원으로는 임권택, 박찬욱, 이창동, 봉준호, 임순례, 송강호, 최민식, 이병헌, 하정우, 배두나 등 약 40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한국 영화 위상이 높아지면서 회원 수도 늘어났다. 특히 한국에서는 1963년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처음으로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하며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2000),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2017) 등이 그 뒤를 이어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이 가운데 '기생충'이 작품상(Best Picture 봉준호·곽신애), 감독상(Directing 봉준호), 각본상(Original Screenplay 봉준호·한진원), 국제장편영화상(International Feature Film)까지 4관왕을 기록하며 한국 최초 아카데미 수상이자 아카데미 최초 비영어권 작품의 기록을 세웠다. 이밖에도 '기생충'은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술상(Production Design 이하준), 편집상(Film Editing 양진모)까지 총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다음은 봉준호 감독과 곽신애 대표의 외신 '아카데미' 시상식 외신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이다. 
'땡큐 캠'
봉준호(이하 봉): 깨어나면 이게 꿈일 것 같은 생각도 조금 들고, 모든 게 초현실적이다. 내 트로피들은 어디 있나. 어쨌든, 놀랍다. 
곽신애(이하 곽): 아카데미에 고맙다. 아까도 제가 말씀 드렸지만 이 선택은 굉장히 영화의 진정한 가치와 힘을 믿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나 존경스럽다. 또 감사드린다. 
'백스테이지' 인터뷰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위대한 할리우드가 될 수 있었나?
봉:내가 원래 이상한 사람이다 평소하던대로 했었고, 프로듀서 한진원 공동 작가와 평소하던대로 했는데 놀라운 결과가 있어서 아직도 얼떨떨하다. 뭔가 꿈에서 깰 것 같다. 정말 미친 것 같다. 
할리우드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공동 제작하는 게 어렵다. 스토리가 너무 다르기 때문인데, 어떻게 모두가 소통하고 반응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었나?
봉:전 작품이었던 옥자라는 작품에서 한국과 미국의 합쳐진 프로덕션이었는데, 순전히 한국적인 작품들로 가득찬 기생충으로 여러 나라에서 반응을 얻으면서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을 들여다 보면서 주변에 있는 것들로 전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는거 아닌가 싶다
오스카에서 어떤 영화를 보고 영향을 받아서 크고 오스카에 대한 꿈을 키워 왔나?
봉: 스코세이지 감독을 좋아하는데 감독상 못 받으실 때 '왜 못 받으시지?'라고 생각하다가 '디파티드’로 받으실 때 환호했다. 같이 노미네이트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제가 골든글러브 때도 '1인치 장벽'에 대해 말했는데 때늦은 소감 같았다. 이미 장벽들이 무너진 상태였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을 통해서 우리 모두가 연결되고 있다. 외국어가 상을 받는 게 장벽이나 '사건'으로 취급되지도 않고 모든 게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올 것 같다.
역사적인 날이다. 한국과 아카데미 모두에게 그렇다. 이에 대해 구체적인 소감을 알려달라.
곽: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후보가 된 것도 처음이고 1개 부문 트로피만 가져가도 기록적인데 개수로는 6개, 4개 부문 상을 받아서 도착했을 때 한국 분위기가 어떨지 상상을 못 하겠다. 그런데 저는 그보다도 제가 상상을 해본 적은 있다. 작품상을 받을 수 있을지. 그렇게 되려면 투표를 해야 한다는 건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에 어떤 자극이나 영향을 미치는 시작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한국에서 또 아시아 시네마와 관련해 일찍이 영향을 준 사람들이 있나? 
봉: 영화 '하녀'를 만든 김기영 감독이 있다. 일본의 이마무라 쇼헤이와 기요시 구로사와 를 비롯해 중국의 훌륭한 아시아 감독들이 많다. 대만의 허우 샤오시엔과 에드워드 양 등도 아름다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어제는 룰루 왕의 작품이 제일 좋았다. 모르겠다. 아시나, 유럽, 미국 같이 경계나 구획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각각의 작품이 가진 매력과 호소력이 있다면 뭔가를 구분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어서 영화의 아름다움 자체를 추구하는 게 의미 있는 것 같다. 저와 룰루왕 모두 단지 영화를 만들 뿐이다.
이후 작품 계획이 어떻게 되나?
봉: 다 계획이 있다. 일을 해야 한다. 이건 내 일이다. 20년간 일을 했고, 상 받기 전에 이미 준비하던 게 2개 있다. 이 상으로 내 인생이나 모멘텀이 바뀌는 건 없다. 한국 영화랑 영어 영화 2개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지난달 통역사(최성재 씨)와 일하는 소감이 어떤가. 그녀가 영화를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될 것 같나. 
봉: 최성재 씨가 이미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있다. 그의 대본에 호기심이 있고 사실 장편 시나리오를 쓴다면 매우 관심 있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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