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빠르니까”.
KIA 지휘봉을 새로 잡은 맷 윌리엄스(55) 감독은 KBO리그 역대 3번째 외국인 사령탑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KBO리그 ‘최고 인기팀’ 타이거즈 최초 외국인 감독으로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다.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KIA의 스프링캠프를 지휘 중인 윌리엄스 감독은 선수단 훈련에 ‘적극 참여형’ 스타일이다. 훈련 전 선수들과 미팅부터 수비 포메이션 설정까지 일일이 짚어준다. 통역을 하는 구기환 씨의 입도 윌리엄스 감독을 따라서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특히 투수와 야수들이 함께하는 수비 전술 훈련 때는 직접 2루에서 주자처럼 기민하게 좌우로 움직였다. 윌리엄스 감독은 “내가 가장 빠른 사람이라 2루에 있었다”고 농담을 한 뒤 “야구 가르치는 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훈련에 많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강한 인상을 가졌지만 그 속에 부드러움이 있다. 7일(이하 한국시간) 훈련 때는 한국시리즈 7차전 9회 투아웃을 가정해 수비 훈련을 진행했다. 중견수 이창진이 뜬공 처리를 하자 웃으며 손뼉을 마주쳤다.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스킨십하며 소통하고 있다.
현역 선수 때부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3루수였고, 코치와 감독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렸다. 한국야구는 처음이지만 부담은 없다. 그는 “우리가 하는 일이 부담감을 갖고 하는 일이 아니다. 꿈의 삶을 살고 있고,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캠프 기간에도 매일 아침마다 통역 구기환 씨, 마크 위더마이어 수석코치와 운동을 하고 있다.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근육질 몸매를 갖춘 그는 “몸에 좋은 건 다한다”며 웃어보였다. 이처럼 탄탄한 몸으로 메이저리그 통산 378홈런을 터뜨린 윌리엄스 감독은 현역 선수 시절 ‘Carson Crusher(카슨시티에서 온 분쇄기)’, ‘The Big Marine(해병대)’ 등 강렬한 별명이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불리고 싶은 별명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윌리엄스 감독은 “잘 모르겠다. 다들 ‘맷’이라고 이름을 부르긴 하는데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없다”며 “내 별명은 우리가 3연승했을 때, 3연패했을 때마다 순식간에 바뀔 것이다. 그게 참 재미있다”고 답했다. 다른 스포츠보다 경기수가 많고, 쉽게 일희일비하는 야구 특성상 감독들이 겪는 숙명과 애환을 유쾌한 농담으로 풀어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