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의 지옥’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에서 한국과 일본 에이스가 동시에 뜬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과 뉴욕 양키스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32)의 자존심을 내건 2020년이 관심을 모은다.
AL 동부지구에는 토론토, 양키스와 함께 보스턴 레드삭스, 탬파베이 레이스,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모여있다. ‘최고 라이벌’ 양키스-보스턴을 중심으로 강타자들이 많고, 타자친화적인 구장들이 대부분이라 투수들에게 ‘공포의 알동’으로 통한다. 투수로서 진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6년을 보내며 매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투수가 다나카다. 지난 2014년 1월 양키스와 7년 1억55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아시아 선수 최고 대우를 받은 다나카는 지난해까지 6년간 164경기 75승43패 평균자책점 3.75로 활약했다. 매년 11승 이상 올리며 3~4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다. 2014년 데뷔 첫 해는 2점대(2.77)였다.
![[사진] 류현진-다나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 DB.](https://file.osen.co.kr/article/2020/01/03/202001032357779888_5e0f579222eaa.jpg)
그러나 다나카도 갈수록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지난해 32경기에서 182이닝을 던지며 11승9패 평균자책점 4.45로 예년에 비해 성적이 떨어졌다. 다나카는 “승리는 적고, 패배는 많았다. 평균자책점도 높다.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성적”이라고 아쉬워했다.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아 명예회복 의지가 강하다. 시즌 후 FA 가치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반면 류현진은 전 소속팀 LA 다저스에서 투수들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다저스타디움을 홈으로 썼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를 주무대로 삼으며 통산 126경기 54승33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했다. 뛰어난 성적이지만 이제는 투수들의 험지 AL 동부로 향한다. 다저스 시절처럼 특급 성적을 내기 쉽지 않은 환경에 놓여졌다.
류현진은 아메리칸리그 팀과 인터리그에서 통산 15경기 4승4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했다. 최고 시즌을 보낸 2019년에도 3경기 1패 평균자책점 4.15로 고전. 하지만 전체 투수로 범위를 넓히면 지난해 AL 동부팀 소속으로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탬파베이 찰리 모튼(3.05), 보스턴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3.81) 2명뿐이다.
류현진이 3점대 평균자책점만 기록해도 AL 동부에선 충분히 ‘성공한 계약’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다나카의 평균자책점 4.45도 높은 수치로 보이지만 AL 동부팀 규정이닝 투수로는 3위에 해당한다. 그만큼 투수들에게 만만치 않은 험지이지만 좋은 성적을 내면 더 크게 인정받는다. 류현진도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지금 갖고 있는 구질과 구종을 더 정교하게 다듬겠다. 제구만 되면 장타를 억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류현진과 다나카는 한일 야구를 대표하는 최고 에이스다.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로 한국인 투수 역대 최고액에 계약한 류현진은 연봉도 팀 내 최다 2000만 달러에 달한다. 다나카 역시 올해 연봉 2300만 달러로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 2200만 달러)를 넘어 일본인 선수 중 최고액을 받는다.
최고 대우를 받는 한일 에이스의 AL 동부 생존 경쟁이 2020년 뜨거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