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연예인=극한직업'이라는 말이 나올만 하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수많은 연예인들이 사생팬, 스토커들에게 쉽게 노출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 '극한직업'이라는 말은 더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게 됐다.
지난해 많은 스타들이 상처를 주는 악플과 '팬'이라고 지칭할 수 없는 사생팬들을 통해 곤욕을 겪은 가운데, 2020년 새해 첫날부터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바로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걸그룹 트와이스 나연의 스토커 문제.
특히 트와이스 나연이 해당 스토커에게 피해를 입은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떠오르면서 대중들을 더욱더 분노케 만들었다. 나연 스토커는 지난달부터 트와이스 나연과 교제중이라는 망상에 빠진 외국인이다. 나연이 살고 있는 지역을 돌아다니며 영상을 촬영 후 개인 SNS에 업로드해 JYP엔터테인먼트가 한 차례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트와이스 나연 측은 "법적 조치를 요청 중인 가운데 해당 아티스트에 대한 경호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안전 확보를 위한 최선의 조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연 스토커의 만행은 채 한달이 지나기도 전에 다시 한번 불거졌다. 새해 첫날인 오늘(1일) 오전, 일본에서 'NHK 홍백가합전' 일정을 마치고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트와이스 나연의 비행기에 스토커가 동승했다.
이에 JYP엔터테인먼트는 다시 한번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멤버 본인에게 지속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등 기내에서 큰 소란이 있었다. 즉각 대응하여 다행히 아티스트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으나, 많은 불편함과 불안함을 토로하고 있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한 나연 측은 "본 사안으로 인해 경찰 신변보호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스토커 본인에게 절대 접근하지 말 것을 이미 수차례 경찰관 입회 하에 경고하였으나 이를 무시하고 접근하려 했던 점, 자사 인력과 언성을 높이고 충돌하려 한 점 등 해외 스토커 본인은 지속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반성 없이 문제되는 행동을 더욱 높은 수위로 지속하고 있다"면서 "가장 높은 강도의 모든 법적 조치를 즉시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케이팝 아이돌을 향한 사생팬과 스토커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방탄소년단 뷔는 네이버 V라이브 방송을 통해 "우리가 비행기 타는 걸 미리 알고 멤버들 옆자리나 앞자리에 앉는 분들이 있다. 사적인 공간에서 마음 놓고 편히 쉬지 못해 많이 불편했다"며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방탄소년단 정국 또한 지난 6월 네이버 V라이브 방송 도중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생팬들에게 계속해서 전화가 와 "차단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트와이스, 방탄소년단 외에도 많은 스타들은 개인 SNS와 방송 등을 통해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소속사 측이 강경대응 의사를 밝히면서 스토커와 사생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점차 나빠지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법적 조치와 개인정보 유출 피해 사례는 더욱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
특히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전화번호와 여권번호, 집 주소 등의 개인정보는 지금도 사생팬들을 통해 유명 SNS에서 거래되고 있다. 공식적인 스케줄이 아닌 개인 활동 중 스타들의 모습들을 촬영하는 '파파라치컷'도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그대로 '불법'인 셈이다.

하지만 한 경찰 관계자는 OSEN에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41호에 따르면 상대방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반복해서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지속적 괴롭힘'으로 1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부과한다"면서도 "트와이스 나연 스토커의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범위는 경범죄 뿐이다.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스토킹을 하긴 했지만, 내부로 진입하진 않아 경범죄보다 무거운 처벌인 '주거침입'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정보 불법 유통에 대해서는 "경범죄처벌법을 통해 취득 경로를 조사할 순 있다. 하지만 교통범칙금 통지서를 발송하듯,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며 현실적인 규제 방식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스토커들을 엄격하게 처벌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을 제정할 순 없을까.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과 독일, 일본 등은 이미 스토킹 행위에 대해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
미국은 1990년부터 스토킹 방지법을 만들면서 주마다 규제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2~4년의 징역을 부과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독일 역시 지난 2007년 '스토킹 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면서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행위는 물론, 전화와 SNS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근하는 행위도 스토킹으로 간주하고 있다. 일본도 2000년부터 스토커 범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스토킹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스토커를 처벌할 수 있는 제도 개선, 처벌 강화와 관련된 법안을 꾸준히 발의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스토킹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심심찮게 게시되고 있지만, 번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연예인들의 사생활 침해를 넘어 각종 범죄로 확산될 수도 있는 스토킹. 더이상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이제는 구체적이고 뚜렷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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