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 허진호 감독 "최민식이 세종했다면 전혀 다른 영화 됐을 것" [인터뷰②]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0.01.01 17: 14

허진호 감독이 '천문'에서 최민식과 한석규의 역할이 바뀌어도 상관없었다며, 두 배우를 향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허진호 감독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최민식, 한석규 중에서 누가 세종과 장영실을 해도 상관없었다"며 "세종과 장영실, 둘의 관계에서는 시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배우를 해야 할까?'고민하다가 최민식과 한석규의 조합이 옳다고 판단했다. 한 사람씩 접촉해서 세종을 할지, 장영실을 할지, 정해서 하는 것보다는 둘을 같이 만나서 캐릭터를 제안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제작자의 작전이었다"고 말했다.
1997년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로 데뷔한 허진호 감독은 감독은 '봄날은 간다'(2001), '외출'(2005), '행복'(2007), '호우시절'(2009)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멜로 거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천문'은 '덕혜옹주'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이다.

최민식은 극 중 조선의 하늘을 연 천재 과학자 장영실을 맡았고, 한석규는 조선의 하늘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을 연기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1999년 개봉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발점 '쉬리' 이후 20년 만에 재회해 호흡을 맞췄다. 성군 세종과 조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진한 우정을 진정성 있는 연기로 소화해 큰 울림을 선사한다.
'천문'의 주인공 캐스팅 과정은 특별했다. 허진호 감독이 두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주면서 '세종, 장영실 캐릭터 중에 둘이 알아서 선택하라'고 맡겼고, 최민식과 한석규가 상의 끝에 결정했다. 한석규는 한 라디오에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때 못했던 상상력, 다른 인물 접근 등 시간이 지나면서 욕심이 생겼다. 원래 동생 놈들이 욕심꾸러기다. 최민식 형님이 감사하게 세종 캐릭터를 양보해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허진호 감독은 "'한석규가 다시 세종을 해? 신선할까?'라는 단점도 있겠지만, 두 배우의 선택을 믿었다. 만약 최민식이 세종을 했다면 또 다른 영화가 나왔을 것 같다. 최민식 배우도 세종을 잘 표현했을 것 같고, 한석규도 장영실을 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인물이 나오지 않았을까"라고 예상했다.
'천문'은 최민식과 한석규의 평소 끈끈한 우정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져 진정성을 더한다. 이에 대해 허진호 감독은 "우선 서로 간의 신뢰가 크고, 연기자로서 리스펙트가 있다. 브로맨스 이상의 멜로가 느껴졌다는 의견도 있던데, 두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그렇다.(웃음) 호흡이 정말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함께 허 감독은 "최민식, 한석규는 경지에 오른 배우들의 연기"라며 "편집하면서 100번 넘게 봤는데도 '저런 연기가 있구나' 싶더라. 볼 때마다 새롭게 발견되는 연기가 있었다. 한석규 배우도 시사회 끝나고, '감독님, 제 영화 보면서 울기는 처음이다'라는 말을 했었다. 아주 디테일한 부분에서 보는 맛이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경자년 1월 1일 새해 첫날, 100만을 돌파한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과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다. 
세종과 장영실의 엄청난 신분 차이를 뛰어넘는 특별한 우정은 세종 24년에 일어난 '안여 사건'(임금이 타는 가마 안여(安與)가 부서지는 사건)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는다. 장영실은 '안여 사건' 이후 역사적 기록에서 사라지며 행방이 묘연해지는데, 이러한 실제 역사를 토대로 장영실이 의문만 남긴 채 사라진 이유에 대해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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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은정 기자 c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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