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 허진호 감독 "덕혜옹주 이어 두번째 사극, 잘할 수 있는 이야기" [인터뷰①]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0.01.01 17: 03

허진호 감독이 '덕혜옹주'와 '천문'까지 연달아 사극 작품을 한 이유에 대해 "잘할 수 있는 이야기 같았다"며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했다.
허진호 감독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두 작품 모두 우연히 좋은 이야기가 들어왔고, 잘할 수 있는 이야기 같아서 연출하게 됐다. 사실 '덕혜옹주'는 애매한 사극이고, '천문'은 완전한 사극"이라며 "개인적으로 현장성을 중요시 여기는데 촬영장에서 대본도 잘 바꾸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그런데 사극은 사전에 준비해놓으면 대사 하나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그래서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런데 만들고 나서 보면 사극만이 가진 힘이 있다. '덕혜옹주', '천문'을 연출하면서 그런 힘을 느꼈다"고 밝혔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과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다. 

세종과 장영실의 엄청난 신분 차이를 뛰어넘는 특별한 우정은 세종 24년에 일어난 '안여 사건'(임금이 타는 가마 안여(安與)가 부서지는 사건)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는다. 장영실은 '안여 사건' 이후 역사적 기록에서 사라지며 행방이 묘연해지는데, 이러한 실제 역사를 토대로 장영실이 의문만 남긴 채 사라진 이유에 대해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완성됐다. 
1997년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로 데뷔한 허진호 감독은 감독은 '봄날은 간다'(2001), '외출'(2005), '행복'(2007), '호우시절'(2009)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멜로 거장'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천문'은 '덕혜옹주'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천문'은 경자년 1월 1일 새해 첫날, 누적 관객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백두산', '시동' 등 쟁쟁한 경쟁작 사이에서도 호평과 입소문으로 꾸준히 관객들을 불러 모으는 중이다. 주연 배우 최민식, 한석규, 그리고 허진호 감독은 관객들의 호응에 감사한 마음을 담은 100만 돌파 기념 인증샷을 공개했다. 나란히 모여 앉은 세 사람은 '100' 모양의 초가 꽂힌 케이크를 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개봉 직전 인터뷰에 임한 허진호 감독은 상업 영화 감독이기에 흥행 성적에 초연해지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데뷔 초에는 안 그랬다. '8월의 크리스마스' 때는 단관 개봉 시절이었는데, 사람들이 줄을 쫙 서 있더라. 그걸 봐도 기분이 담담했다. 주변에서 '왜 안 좋아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땐 처음이라서 잘 몰랐다.(웃음)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과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겠더라. 기본적으로 흥행도 신경 쓰지만, 피곤한 일이다. 그리 생산적인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 영화에서 최민식은 조선의 하늘을 연 천재 과학자 장영실을 맡았고, 한석규는 조선의 하늘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을 연기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1999년 개봉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발점 '쉬리' 이후 20년 만에 재회해 호흡을 맞췄다. 성군 세종과 조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진한 우정을 진정성 있는 연기로 소화해 큰 울림을 선사한다.
'연기 장인' 최민식, 한석규의 열연도 훌륭했지만, 허진호 감독의 연출력도 돋보인다. 최민식은 감독에 대해 "고도의 여우 같은 연출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허진호 감독은 "원래 내 스타일이 배우가 연기할 수 있도록,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준다.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연기하기 어렵다. 꼭 필요한 대사를 해달라고 주문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연기는 배우들이 더 정확하게 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표정이 필요하면, 맛있는 음식을 갖다주는 게 최고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며 자신의 연출 마인드를 설명했다.(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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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은정 기자 c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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