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가 아니다.
배우들이 직접 탈을 쓰고 동물을 연기했다. 근데 또 그 모습이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연기의 경계선을 넘은 배우들의 도전이 관객들에게 통할지 기대를 모은다.
18일 오전 서울 신사동 압구정 CGV에서 내년 1월 개봉을 앞둔 새 영화 ‘해치지 않아’(감독 손재곤,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어바웃필름・디씨지플러스)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한 ‘해치지 않아’는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안재홍 분)와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코미디. 개봉은 2020년 1월 15일.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박영규, 김성오, 안재홍, 강소라, 전여빈 등 주연 배우와 각색 및 연출을 맡은 손재곤 감독이 참석했다. 이 영화는 네티즌들에게 사랑받은 동명이 웹툰을 영화화했는데, 손재곤 감독의 연출 방향에 따라 인물 및 서사가 달라졌다.
먼저 손재곤 감독은 “(배우들이) 1인 2역을 맡은 이유는 ‘웃픈’ 사연 때문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손 감독은 “제가 한 번도 안 해봤던 따뜻한 것을 담으려고 했다. 가족 영화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극중 동산파크가 망하기 일보직전이고 기존에 동물들이 팔려 나간다. 새 원장 태수가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우리가 직접 동물 분장을 하자’고 제안을 하고 그들이 받아들이면서 (각각)동물 캐릭터를 맡게 된다. 낮에는 동물 역을 맡고 밤에는 남아 있는 동물을 관리하는 '투잡'인들이다”라며 캐릭터들을 설명했다.

손재곤 감독은 “제작사로부터 연출 제안을 받았다. 원작 웹툰이 너무 재미있었는데 실사로 옮길 때 굉장히 기발하나, 과장된 설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며 “그런데 코믹 장르 안에서는 그게 가능할 거 같아서 영화적으로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에 연출을 맡았다”고 밝혔다.
매 작품 당당한 모습으로 대중을 사로잡아온 강소라가 수의사 소원을, 대체불가 박영규가 동물원의 전임 원장이자, 고개 숙인 기린으로 출연해 관록의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김성오가 일편단심 사육사 건욱 역을, 배우 전여빈이 사육사 해경 역을 맡아 그간의 이미지와 다른 캐릭터 연기를 보여준다.
강소라를 수의사 겸 사자 역할로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손 감독은 “수의사 소원이 똑 부러지고 당차다. 강소라의 매력 중 하나가 영화 ‘써니’나 드라마 ‘미생’에서 봤듯 당당함이다. 그래서 이 역할과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서 캐스팅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물원의 전 원장 역으로 박영규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았다. “박영규 선배는 경력이 오래돼 다양한 연기를 하셨다. 유명 시트콤부터 코미디, 사극까지 있는데 제가 다 봤다. 특히 코미디 연기를 좋아했기에 이 역할과 잘 어울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연륜과 여유 같은 것들이 서 원장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서 표현이 됐던 거 같다”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이에 박영규는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바로 한다고 했다. 무슨 역할인지도 모르고(웃음)”라며 “서 원장은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고 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상황이 그를 그렇게 만든 거다. 동물과 교감을 하는데, 동물과 교감을 하면, 사람이 세련돼지는 느낌”이라는 자신만의 생각을 전했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2006)으로 로맨스와 스릴러를 결합한 독특한 장르의 탄생을 알린 손재곤 감독은 서스펜스 코미디 ‘이층의 악당’(2010)을 통해 독보적인 개성을 드러냈다. ‘해치치 않아’는 ‘이층의 악당’ 이후 10년 만에 관객들 앞에 내놓는 작품이다. 코믹에 능통한 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발한 스토리를 장착한 독창적인 코미디로 확실한 웃음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연기파 안재홍이 동산파크의 폐업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새 원장 태수 역을 맡았다. 이날 안재홍은 “동산파크의 새 원장이자, 콜라 먹는 북극곰을 연기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생계형 수습 변호사인데 그의 첫 미션이 망해가는 폐장 직전의 동물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거다. 그 미션이 태수에게 동력이 돼 임무를 수행하는,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과 북극곰의 싱크로율이 높다고 자평했다. “북극곰이 더워서 콜라를 마시다가 관람객들에게 발각되는데, 그날 이후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된다”고 간략한 서사를 전해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사람들이라는 기상천외한 설정, 동산파크 5인방의 동물과 사람을 넘나드는 1인 2역 활약과 팀 플레이가 관객들에게 유쾌한 재미를 선사할 듯하다. 동물의 탈이 얼만큼 현실성을 갖고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질지, 그런 부분이 스크린을 통해 제대로 구현됐을지 기대를 모은다.
1월 15일 개봉./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