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버지 역할을 해야죠.”
장정석 전 키움 감독은 1996년 프로에 데뷔했고 2004년에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현대 유니콘스의 프런트로 야구계를 떠나지 않았고 올해까지 키움 히어로즈 감독을 맡았다. 1996년부터 올해까지 24년 간 야구 판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두고도 키움과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장 전 감독의 야구 인생에도 잠시 쉼표가 찍혔다.
재계약 불발 과정에서 다소 석연찮은 점들이 있었다. 아울러 구속 수감 중인 이장석 전 대표와의 관계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던 장정석 전 감독이다. 한국시리즈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 참석하면서 키움과 결별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키움을 강팀 반열에 올려놓은 공을 인정받아 감독상을 받게 됐다. 감독에서 물러난 뒤 감독상을 받는 아이러니가 있었지만 장정석 전 감독은 키움을 현재 위치까지 끌어올리는데 일조한 인물임은 틀림없다.
“좋은 선수들을 만나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옆에서 도움을 준 분들이 많다. 키움의 코칭스태프, 선수들, 프런트 등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인해 감독상을 받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수상소감을 전한 장정석 전 감독이다.
시상식 이후에는 취재진 앞에 잠시 서기도 했다. 일단 그는 “시상식에 참석한다는 것을 고민하긴 했다. 힘든 결정이었다”면서도 “좋은 상을 준비해주신 건 감사한 일이기 때문에 참석하게 됐다. 시즌이 아쉽게 끝났는데도 좋은 상을 주시니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날 장 전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는 순간, 이정후, 김상수 등 이젠 엣 제자들이 된 선수들이 올라와 축하 꽃다발을 전달했다. 키움의 젊은 선수들을 믿고 성장을 이끌었던 장 전 감독이었기에 선수들도 아쉬운 감정을 숨길 수 없었고 고마움을 여전히 표현하고 있다. “정말 고맙죠”라고 운을 뗀 장 전 가독은 “소감으로 말했지만 좋은 선수들을 만났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좋은 시간이었다. 첫 경험이었는데 3년이 좋은 시간이었다”면서 “선수들이 고맙다고 표현하는 게 우리에게는 큰 행복이다. 코치들이 뒤에서 노력했다.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있다. 코치들, 선수들에게 모두 고맙다”고 밝혔다.
일단 야구 인생 이후 처음으로 찍은 쉼표다. 그는 “아직은 잘 쉬고 있다. 다른 생각은 없다. 일단 쉬면서 천천히 생각하려고 한다”면서 “집에 워낙 할 일이 많고 애들이 있다 보니까 쉽게 움직일 수가 없다. 그래도 시간을 맞춰서 가족들과 여행을 가볼까 한다”며 근황을 전했다.
일단 장 전 감독의 가족들에게는 2020년이 중요한 한 해다. 장 전 감독의 장남인 장재영(덕수고)은 내년 고등학교 3학년에 진학한다. 투수로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며 메이저리그의 관심까지 받고 있다. 신인드래프트 서울권 1차 지명 후보다. 내년 서울권 1차 지명에서 1순위 지명권은 공교롭게도 키움이 갖고 있다.

‘고3’으로서 2학년까지 받았던 평가가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렇기에 학부모들이 가장 예민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제 장 전 감독은 그런 예민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한다. 장 전 감독에게 2020년은 '감독 장정석'에서 ‘장재영 아버지 장정석'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될 듯 하다.
그는 “이제는 (장)재영이 아버지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재영이를 뒤에서 지켜보고 야구장도 많이 찾아가야 할 것 같다.이제 중요한 1년이다”면서 “학부모들이 하는 일들이 굉장히 많다. 내가 바쁘다 보니까 다른 학보모들이 이해를 해주는 쪽이었다. 와이프가 그동안 그런 일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도움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며 가족 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