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산 게보다 속이 맑은 남자 노규태! 군민의 리즈를 아는 일꾼 노규태!”
‘니즈(NEEDS)’를 ‘리즈’로 아는 이 남자. 허세를 부린다고 부리지만 허당인 모습이 자꾸 밟힌다. 하찮지만 미워할 수 없는, ‘동백꽃 필 무렵’ 노규태다. 노규태는 오정세의 연기와 디테일 속에 시청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오정세가 ‘리즈’를 활짝 열었다. 지난 21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오정세는 차기 군수를 꿈꾸며 허세를 부리지만 빈틈 없는 변호사 아내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캐릭터 노규태를 연기했다.

‘동백꽃 필 무렵’ 초반부터 큰 웃음을 담당해온 오정세는 후반으로 접어들며 귀여운 멜로과 조금씩 철이 드는 성장 서사까지 더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오정세는 오랜 시간 꾸준히 쌓은 연기 내공을 ‘동백꽃 필 무렵’에서 터뜨리며 대중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 대본 95%+애드리브 5%, 여기에 오정세의 연기력+디테일
오정세는 ‘동백꽃 필 무렵’ 대본을 극찬했다. 감동을 주지 않으려 하는데 감동이 있고, 웃기지 않으려고 하는데 웃음이 있는 신기한 대본이었다는 것. 오정세는 “좋은 말, 멋있는 말이 막 있는 게 아니라 툭툭 있는데 마음이 시리고 웃음이 터지는, 기분 좋은 대본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정세는 “내가 한 노규태의 연기는 95%가 대본이고, 5%가 애드리브였다. 내가 덜 불편하게 표현하고자 수정한 게 5개 정도 되는 것 같다. 향미에게 ‘내가 누구한테 뭔 말을 하고 있는거냐’, 거짓말 탐지기신, ‘깡 있으면 해봐’라며 코를 잡는 장면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극 전체와 맞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컸고, 새로 넣은 부분에 대해서는 자기 검열을 많이 했다”고 이야기했다.
전반적인 디테일은 대본 안에 있었지만 그런 노규태를 구현해낸 건 오정세였다. 오정세는 먼저 노규태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부터 분석했고, 그 결과 ‘외로움’과 ‘부족함’의 정서가 노규태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표현했다. 오정세는 “1차 목표가 대본대로 하는 것이고, 2차 목표는 불편하지 않게 보이고자 했다. 그 지점이 외로움이었다. 외로움으로 노규태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왜 저런 행동을 할까 고민하던 차에 외로움이 떠올랐다. 요ㅣ로움과 부족함의 정서가 불편하지 않은 노규태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정세는 “노규태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외도를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외로운 사람이고, 인정 받고 싶은 사람인데 그걸 건드리면 잘못 표출되는 것이라 봤다”고 덧붙였다.

외로움과 부족함의 정서로 노규태에게 접근한 오정세는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외로움의 정서가 있기에 노규태의 방에는 외로움과 관련된 책들을 소품으로 배치했고, 스타일링에도 신경을 썼다.
오정세는 “노규태 의상 콘셉트를 잡을 때 잘 입으려고 하지만 못 입는 점을 생각했다. 하이웨스트가 패셔너블한데 자칫하면 배바지가 된다. 여기에 티 내는 걸 좋아하니 멜빵을 했고, 벨트까지 같이 했다. 흰바지를 입으면 원색 속옷을 입고, 명품을 입은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실밥이 나와있는 등을 신경썼다”며 “그런 모습이 홍자영의 눈에는 잘난 척하지만 비어 보이는 매력으로 다가갔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오정세는 “대본을 그대로 구현하려고 많이 노력을 했다. 샤워하다가 향미(손담비)의 전화에 뛰쳐 나가 전화를 받는 모습 등은 집에서 리허설을 해보곤 했다. 적정선을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캐릭터 분석과 디테일을 잡은 뒤 여기에 오정세의 연기력이 더해지니 오정세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노규태가 만들어졌다. 공효진도 ‘오정세가 아닌 노규태는 상상할 수 없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오정세는 “좋은 작품, 감사한 작품에 참여하면서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욕심을 많이 부리지만 다른 배우들과 작품에는 불편하지 않게 하는 선에서 하고 싶었다”며 “‘노땅콩’, ‘하찮미’, ‘하찮큐티’ 등의 애칭으로 불러주시던데, 좋은 감정으로 붙여주셔서 재밌게 보시고 계시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 ‘동백꽃 필 무렵’의 인기는 7할이 대본, 3할이 모두의 노력
‘동백꽃 필 무렵’은 최고 시청률 23.8%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이는 올해 방송된 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은 기록이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가 시청률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정세는 이러한 ‘동백꽃 필 무렵’의 인기는 대본이 70%, 모두의 노력이 30%라고 이야기했다. 오정세는 “엔딩을 보면 소소한 선의가 모여 기적을 이룬다고 하는데, 현장이 그랬다. 스태프들이 한 행동, 말 등 작은 것들이 모여 이 작품을 이끌고 오지 않았나 싶다. 모두가 솔선수범했다”고 말했다.
행복한 작품을 마친 오정세는 아직 그 행복의 여운을 맛보고 있는 중이다. 오정세는 “좋은 작품을 만나 행복하게 작업 했고, 그 행복한 여운을 즐기고 있다. 인기는 작은 부분일 뿐이다. 대본을 봤을 때의 감동, 그 감동이 방송으로 보여졌을 때의 감동, 주변에서 잘 봤다는 반응이 왔을 때의 감동이 더해져서 행복이 만들어졌고, 그 여운을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 ‘극한직업’→‘동백꽃 필 무렵’, 오정세의 ‘2019년’
오정세의 2019년은 뜨거웠다. 올해 초에는 16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극한직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하반기에는 시청률 23.8%의 ‘동백꽃 필 무렵’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오정세는 “올해는 참 감사한 해다. 내가 한 것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았다. 작품을 열심히 해도 아쉬울 때가 있는데, 올해는 두 작품 모두 노력한 만큼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줘서 참 감사한 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정세는 “전략이나 생각을 가지고 안테나를 세우지만 그 다음 다음을 쫓아가다보면 금방 지치고 부담될 것 같다. 내가 앞으로 만날 작품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 안에서 선택하겠지만 모두 열어놓고 작은 캐릭터든, 의미있는 작업이든 내게 오면 옳은 선택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오정세는 2019년의 마무리를 SBS 새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로 한다. 오는 12월 13일 첫 방송되기 때문에 쉴 틈 없이 촬영에 임하고 있다. 오정세는 “‘동백꽃 필 무렵’ 노규태 다음으로 비춰지는 작품이라 기대감을 안고 보신다면 노규태가 많이 보인다고 실망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스토브리그’ 보고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한 작품 한 작품 오롯이 집중하고 싶은 생각이다”고 말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