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의 감격승' 김기돈, "볼링은 마약, 끊을 수 없었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8.07.27 16: 59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경기 중이었지만 우승이 확정되자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김기돈(47, JK스포츠)은 무려 14년만에 정상에 오른 기쁨을 가장 먼저 눈물로 표현했다.
김기돈은 27일 포항 시민볼링경기장에서 열린 '2018 호미곶 포항컵 SBS 프로볼링대회(총상금 3500만 원)' TV 파이널 결승전에서 예선 1위 장석창(58, 공릉볼이글스)을 214-190으로 눌렀다.

이로써 김기돈은 신인으로 나선 첫 대회였던 지난 2004년 브런스윅컵 우승 이후 두 번째 우승까지 14년이 걸린 것이다.
김기돈은 경기 후 "벌써 우승한지 14년이 됐다. 그동안 허리를 다쳐 공백기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볼링을 시작하면서 즐겁게 대회를 다니고 있다. 젊은 프로선수들이 영입되면서 전반적으로 실력이 쟁쟁해졌다"면서 "투어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정말 즐겁다. 마약같은 볼링, 끊을 수 없는 볼링을 다시 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말대로 우승보다는 다시 프로선수로서 투어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는 기쁨이 더 컸다. 실제 김기돈은 2009시즌까지 7번의 TV파이널에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하지만 김기돈은 허리통증 때문에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공백기를 둬야 했다.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볼만 잡으면 통증이 밀려왔다. 결국 생업인 볼링장 프로숍 운영에 전념해야 했다. 
김기돈은 투어에 나가기 위해 투구폼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기존 허리를 이용해 회전이 많은 구질을 보여줬던 김기돈은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차츰 백스윙과 회전을 줄였다. 볼무게도 16파운드에서 15파운드로 낮췄다. 최대한 허리를 쓰지 않으면서 정확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김기돈은 "할줄 아는 게 볼링 밖에 없었다. 2015시즌부터 모습을 다시 드러냈고 2016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투어에 나왔다. 공백기라고는 하지만 항상 볼링장에 있었다. 대회만 나가지 않았을 뿐 볼링장에서 아마추어, 국가대표, 실업선수, 프로볼러 등의 볼을 뚫어주고 있었다. 몸이 상하지 않은 점은 휴식기로 인해 전화위복이 된 셈"이라고 웃어보였다.
김기돈은 왼쪽 얼굴에 있는 '붉은반점' 때문에 눈에 띄는 프로볼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2004년 첫 우승 때도 이 모습이었다. 컴플렉스를 느끼지 않을 수 없지만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전혀 상관없다고 본다"고 덤덤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또 김기돈은 "최근 내 별명이 '예선만 1위'다"라고 웃어보인 뒤 "정말 많은 도움을 준 가장 친한 후배이자 소속팀 JK스포츠 김종근 대표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이기도 한 김 대표에게 어제범에도 '산이 높지만 최선을 하겠다. 기다려 달라'고 했다. 김 대표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고마워했다.
특히 김기돈은 "9프레임에 욕심이 났다. 자력으로 이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레인이 어려워져서 10번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그게 최선책이었다"면서 "상대인 장석창 프로님의 실수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장 이사님은 늘 후배들을 잘 챙기신다. 오늘 아침에도 우연히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내 밥 값을 내주셨다. 그렇게 존경하는 분이 실수해서 내가 우승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letmeout@osen.co.kr
[사진] 한국프로볼링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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