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국 안타는 함덕주 덕분? 올스타전 뒷이야기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8.07.15 14: 50

2018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성황리에 끝났다. 김하성(넥센)은 4년 연속 올스타전 출장 끝에 첫 MVP를 품었고, 이대호(롯데)는 9년 만에 홈런레이스 우승을 하며 거포 자존심을 지켰다. 이 밖에 강백호(KT)은 투수로, 박치국, 함덕주(이상 두산), 장필준(삼성)은 타자로 팬들 앞에 깜짝 등장해 재미를 선사했다.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던 올스타전의 뒷이야기를 모아봤다.
# '쿨한' 강백호, "펜 좀 쓸게요"
경기를 앞두고 실시된 올스타전 팬사인회 현장. 무더운 그라운드에서 팬들에게 사인을 하던 강백호가 한숨을 푹 쉬었다. 팬들에게 사인해주던 네임펜이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 팬들이 준비한 공에 사인이 흐릿하게 나오자 강백호는 "펜이 잘 나오지 않는다"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강백호의 답답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인 도중 한 팬이 직접 가지고 온 네임펜이 잘 나오자, 강백호는 "이 펜 좀 써도 돼요?"라고 물어봤고, 팬은 환하게 웃으면서 승낙했다. 강백호는 잘 나오는 펜을 들고 기분 좋게 사인회를 마칠 수 있었다.
여기서 하나 더. 이날 강백호의 사인을 받는 팬들에게는 강백호의 캐릭터가 있는 로고볼과 함께 팬북을 하나씩 선물 받았다. KT 홍보팀의 아이디어였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아무래도 우리 팀이 신생팀이고 그래서 팬이 많지 않다는 것이 항상 고민이었다"라며 "이렇게 직접 사인받으러 오신 팬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해드리고 싶어서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올스타전 참가 선수가 그려진 캐리커처 티셔츠를 선물하기도 했다.
반응도 좋았다. 깜짝 선물을 받은 팬들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고, 기분 좋게 선물꾸러미를 안고 올스타전을 즐기게 됐다.
# 구자욱 유니폼에 적혀진 '김하성'
팬사인회 현장. 사인을 마친 김하성(넥센)은 구자욱(삼성)에게 다가갔다. 펜을 든 김하성은 구자욱 유니폼 목 부분에 ‘김하성’이라고 적었다. 갑작스럽게 주위에서 터진 웃음에 구자욱은 어리둥절했다. 이후 구자욱의 복수도 있었다. 김하성이 구자욱에게 사인을 요청하자 '1대0'이라고 적으며 둘이서 했던 내기 승부 승전보를 새겼다.
서로에 대한 장난이 끝난 둘은 나란히 박병호(넥센)에게 다가갔다. 박병호는 지난 2015년 시즌 종료 후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복귀했다. 구자욱과 김하성은 박병호에게 유니폼을 내밀며 사인을 요청했고, 박병호는 친절하게 자신의 사인을 해줬다.
한편 구자욱, 김하성, 박민우(NC)는 나란히 퍼펙트히터에 나서면서 점수 내기를 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멤버이기도 한 이들은 평소에도 돈독한 친분을 자랑했다. 결과는 김하성의 완승. 구자욱과 박민우가 0점을 기록한 반면 김하성은 3점을 뽑아내며 우승자가 됐다. 김하성은 "(구)자욱이 형, (박)민우 형을 꼭 이기고 싶었는데 기분 좋다"라며 승자의 여유를 뽐냈다.
# "당했어요" 최주환, 최재훈에 삐친(?) 사연 
"아, 당했어요!" 최주환은 이번 홈런레이스에 두산 대표 선수로 참가했다. 올 시즌 14개의 홈런을 친 최주환은 행사 전 “나도 장타력이 있는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도 "(최)주환이가 팀에서 장타력 있는 선수"라고 최주환에게 힘을 실어줬다.
배팅볼 투수로는 2017년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최재훈(한화)를 선택했다. 결과는 1개. 반면 최재훈과 호흡을 맞췄던 또 다른 타자 제라드 호잉(한화)는 8개로 결선에 진출했다. 최주환은 "완전 당했다. 공이 어렵게 오더라. 나중에 (최)재훈이가 인터뷰하는 걸 들었는데 호잉 우승을 위해서 어려운 공을 던졌다고 고백하더라"라며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
# 우여곡절 헬멧 공수, 사연 많던 '노토바이'
"아휴, 말하자면 길어요." 노수광(SK)은 2회말 타석에 들어오면서 타자용 헬멧이 아닌 흰색 오토바이 헬멧을 썼다. 빠른 발을 장점으로 가지고 있어서 팬들은 노수광에게 노토바이(노수광+오토바이)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노수광은 깜짝 퍼포먼스로 재미를 선사했다.
2회말 노수광이 오토바이 헬멧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노수광은 올스타전 후보에는 올랐지만, 베스트12, 감독추천선수 모두 뽑히지 못했다. 그러다 박건우가 손가락 부상으로 올스타전 이틀을 앞두고 불참이 결정됐고, 노수광에게 올스타전 참가 영광이 돌아갔다. 노수광은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에서"“올스타전을 위해서 딱히 준비한 것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노수광은 "원래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올스타전에 나가게 돼서 준비하지 못했다. 그러다 경기 시작을 얼마 안 남기고 혹시나 해서 응원단장님께 물어보니 있다고 하셔서 간신히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 박치국의 안타는 함덕주 덕분?
사이드암투수 박치국이 깜짝 타자 데뷔전을 치렀다. 6회초 강백호가 투수로 깜짝 등판한 뒤 좌익수로 자리를 옮겼고, 박치국은 최주환이 채우고 있던 지명타자 자리에 투수로 이름을 올리며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6회말 무사 2루에 박치국은 타자로 나서게 됐고, 박치국은 이보근을 상대로 깔끔하게 안타를 쳤다.
타자 데뷔전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던 박치국. 그러나 경기 전 타격 연습은 했다. 바로 퍼펙트히터에 나가는 함덕주를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함덕주가 퍼펙트히터에 나가서면 박치국은 함덕주의 티배팅을 도와주기 위해 경기 전 실내연습장을 찾았다. 공을 올려주면서 도와주던 박치국은 재미삼아 몇 차례 방망이를 휘둘렀다. 결국 박치국은 타자 데뷔전에서 안타를 쳤고 남다른 올스타전 추억을 남기게 됐다.
함덕주도 타석에 들어섰지만, 정우람의 변화구 승부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함덕주는 "분명 직구만 던질 것 같았다는데, 변화구가 들어왔다. 진심으로 상대하시더라. 정말 공이 좋았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 bellsto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