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응답하라 1998' 김사율-송승준, 마음 같지 않았던 재대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7.08 21: 30

1990년대 후반 부산 야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도 명의 동갑내기가 20년 만에 맞대결을 벌였다. 그러나 맞대결의 결과, 그리고 내용은 20년 전과는 사뭇 달랐다.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KT의 시즌 11번째 맞대결. 이날 선발 투수로는 1980년생 동갑내기 송승준과 김사율이 각각 예고됐다. 
이들은 1990년대 후반, 부산야구의 황금세대로 불렸던 이들이다. 20년 전, 패기로 중무장하면서 혈투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 1998년 4월 30일,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만난 바 있다. 김사율의 경남상고(현 부경고)와 송승준의 경남고가 만났다. 

당시 경남상고의 사실상 유일했던 에이스는 김사율은 홀로 팀을 결승까지 이끌었고 송승준은 경남고 마운드의 중심이었고 결승전까지 팀을 책임졌다. 그리고 김사율은 준결승전에 이어 결승전에 선발 등판했고 연장 12회 동안 221개의 공을 던지며 12피안타(3피홈런) 7실점(6자책점)으로 버티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반면, 준결승전 9이닝 139구 완투승 이후 결승전에서는 3⅔이닝 동안 87구를 버티며 던졌지만 연장 12회말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무릎을 꿇었다. 결국 김사율과 송승준의 희비가 엇갈렸고 김사율은 대회 MVP를 수상했다.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두 노장의 맞대결은 20년을 돌고 돌아서 처음 이뤄졌다. 김사율이 졸업 이후 1999년 2차 1라운드로 롯데에 지명됐고, 송승준은 졸업 이후 미국 보스턴 레드삭스에 진출했다. 이후 송승준은 2007년 롯데로 복귀하면서 둘은 한솥밥을 먹었고 김사율이 2015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어 KT로 이적해 둘은 다시 갈라섰고 이날 처음으로 상대팀으로 만났다.
초반 두 선수는 20년 전의 영광을 재현하듯 노익장을 과시하는 역투를 펼쳤다. 두 선수 모두 과거와 같이 싱싱한 어깨를 과시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타자와 승부하는 요령과 관록은 더 붙었다. 김사율의 최고 구속은 141km, 송승준은 그래도 최고 147km까지 구속을 뿌렸다. 
김사율은 3회까지 안타 1개만 허용하면서 완벽하게 틀어막았고, 송승준 역시 1회 실점했지만 이후 4회까지 실점 없이 KT 타선을 요리했다. 베테랑들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대결이 벌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20년 전과 같은 마음이었을 지 몰라도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구위가 떨어졌다. 결국 3회까지 완벽했던 김사율이 4회 채태인에 만루포, 신본기에 솔로포를 연달아 얻어맞으면서 3⅔이닝 5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송승준도 뒤따라서 5회 박경수에 솔로포, 강백호에 투런포를 얻어맞는 등 4실점을 하고 강판됐다. 4⅔이닝 4실점으로 승리 투수 기회를 놓쳤다.
결국 20년 만에 성사된 두 선수의 재대결은 누구도 웃을 수 없었다. 경기는 두 선수가 내려간 뒤 판가름났다. 롯데가 10-5로 승리를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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